국가재정 갉아먹은 '메뚜기 입찰'…산불 유령업체 10곳 세무조사
탈루 혐의만 700억…6500여 회 입찰 돌며 유령업체 동원
낙찰 위해 5년간 사업장 16번 이전…국세청 "사주 자금출처도 조사"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세청이 산불피해 복구사업 입찰에 유령업체를 동원해 부당하게 낙찰을 따낸 산림사업 법인 10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실제 낙찰받은 금액은 230억 원 수준이지만, 세무상 탈루 혐의금액은 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3일 '메뚜기 입찰 산불 유령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토착 비리 및 공공계약 비리 관련 업체에 대한 세무검증을 지속해 왔으며, 그동안 영세하다는 이유로 검증 사각지대에 있던 공공입찰 참여 기업들에 대해서도 세금 탈루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국세청은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유령업체를 설립하는 실사주와 유령업체에 자격을 대여하는 산림기술자 등이 관행적으로 결탁해 온 '산불 카르텔'에 대해 지난 5월부터 검증에 돌입했다.
최근 6년간 조달청 입찰공고 내역상 산불피해 복구사업에 참여한 업체 5331개를 추출하고, 이 중 낙찰금액 합계 10억 원 이상인 138개 업체의 거래내역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가공원가 계상 등 세무상 문제점이 명백히 포착된 10개 업체(유령업체 41개)를 대상으로 이번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조사 대상 기간(2021~2025년) 산불피해 복구사업에 유령업체를 앞세워 6500여 회 입찰에 참여, 260여 회 낙찰을 받아 약 230억 원을 챙겼다.
지역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지역제한 입찰규정을 피하려 수차례 사업장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 한 업체는 5년간 16차례나 사업장을 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세법 위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우선 입찰 시 필요한 사업실적 기준을 채우기 위해 유령업체들과 거짓 세금계산서 거래를 일으켰다. 낙찰자와 실제 용역 제공자를 다르게 해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소득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산림사업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실제 채용하지 않고 자격증 대여료만 급여 형태로 우회 지급한 불법비용 계상도 확인됐다. 여기에 사주의 친인척이나 일용근로자를 유령업체 명의상 대표로 세운 뒤,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잡비' 등으로 거짓 계상하고 일용근로소득지급명세서를 허위로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주요 사례를 보면,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산림사업을 하는 한 사주는 6개 업체를 동원해 충남·충북·전북까지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약 300회 입찰에 참여해 20회 낙찰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억 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배우자 등을 명의상 대표로 앉혀 법인자금 약 10억 원을 유출했다. 산림경영기술자격자에게는 자격증 대여료 명목으로 수억 원을 우회 지급하고, 일용근로자의 근무지·근로기간을 중복 기재해 약 10억 원의 가공원가를 계상했다.
강원도 일대에서 산림사업을 하는 또 다른 사주도 6개 업체를 동원해 약 200회 입찰, 20회 낙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약 20억 원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수하고 약 30억 원의 가공원가를 계상했다. 이 사주는 법인 신용카드로 명품 시계를 사는 등 수억 원을 사적으로 썼고, 배우자는 별다른 소득 없이 약 2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 업체들이 관계 법인, 즉 유령업체를 여러 개 세운 뒤 서로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거래를 하기 때문에 혐의 금액이 낙찰액의 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사업장 이전이 얼마나 잦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유령업체가 전국을 돌며 공공계약 입찰에 부정하게 참여했는지가 기준이었다"며 "유령업체가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며 많은 입찰을 따내기 위해 부정행위를 했다는 차원에서 사업장 이전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일시보관, 계좌조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저히 조사하고, 편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주일가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까지 살펴볼 방침이다.
부정입찰행위에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죄행위가 수반되는 만큼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 처벌도 이뤄지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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