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남극 웨델물범 활용해 겨울철 '따뜻한 심층수' 유입 규명
쇄빙선 접근 불가한 '겨울 남극 로스해'…물범 수십 마리에 센서 부착해 자료 확보
여름에만 흐르는 줄 알았던 온난 심층수, 겨울철에도 대륙붕 안으로 지속 침투 확인
- 백승철 기자
(서울=뉴스1) 백승철 기자 = 두꺼운 겨울철 해빙으로 선박 접근이 불가능했던 남극 해역의 비밀이 인공지능(AI)과 웨델물범의 협업으로 최초 규명되며, 기후변화 예측 모델의 정밀도를 한층 높일 실질적인 발판이 마련됐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 웨델물범 수십 마리가 수집한 관측 자료를 활용해, 겨울철에도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남극 로스해 대륙붕 안쪽까지 깊숙이 유입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로스해는 전 세계 심해를 순환시키는 '해양 순환 펌프'인 남극저층수의 약 20~25%가 만들어지는 핵심 해역이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두꺼운 해빙으로 선박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해 그동안 사계절 연속 관측에 심각한 공백이 있었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남극 바다를 자유롭게 오가는 웨델물범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2021~2023년 테라노바만 주변에서 웨델물범 64마리에 소형 위성중계 CTD(수온·염분·수심 측정 장비)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3년간 총 2만 2661건의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이를 AI 기계학습 기법으로 정밀 분석해 해양환경 유형을 분류하는 실무 행보를 빠르게 이어갔다.
분석 결과, 여름에만 유입되는 줄 알았던 온난 심층수가 얼음이 덮인 겨울철(4~7월)에도 수심 100~300m의 해저 골짜기를 통해 대륙붕 안쪽까지 지속적으로 침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따뜻한 심층수가 유입돼 섞이면 바닷물이 가라앉는 힘이 약해진다"며 "이는 전 지구 해양 순환 펌프를 약화시키고 남극 빙붕 용융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해수부 연구과제인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8월호에 게재됐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첨단 기술과 데이터 과학이 결합해 한계를 극복한 모범 사례"라며 "전방위적인 극지 관측망을 가동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빈틈없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남극저층수(Antarctic Bottom Water)는 차갑고 무거워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는 바닷물로 전 세계 바다를 순환시키는 시발점이 된다. 온난 심층수(Circumpolar Deep Water)는 상대적으로 고온·고염의 해수로 남극 빙붕을 녹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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