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22조' 지갑 열린다…내년 성장률 최대 0.09%p↑

반도체 생산지 이천·화성·청주 소비 최근 4%↑…올해 누적 1.7조 전망
삼전·하닉 세후 성과급 내년 21.9조…이천은 집 사고 청주는 소비지출

광복절 연휴인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를 찾은 시민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6.8.16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반도체 초호황으로 불어난 기업 이익이 성과급을 거쳐 실제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실증 분석이 나왔다. 특히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후 성과급이 올해의 약 5배로 급증해, 단순 소비 경로만으로 경제성장률을 최대 0.09%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31일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소속 정희완 과장과 이재호 차장이 작성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성인 인구 중 반도체 종사자 거주 비중이 높은 이천·화성·청주 흥덕구에서는 지난해 1월 성과급 지급 이후 월별 소비가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가량 높게 나타났다.

전 산업 임금과 고용 등 총량 지표에서는 아직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뚜렷하지 않지만, 지역 단위로 살펴본 미시 데이터에서는 '기업 실적→임금→소비' 경로가 작동하는 것으로 파악된 셈이다.

3개 지역의 소비 증가폭은 작년 성과급 지급 이후 1.6%까지 확대됐다가 같은 해 하반기 다소 줄었으나, 성과급 규모가 커진 올해 다시 반등해 6월 3.7%까지 높아졌다.

소비 증가액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1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패턴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1조 7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후 성과급 대비 소비 증가액인 소비 파급률은 지난해 27%, 올해 21%에 달했다. 이를 국내 부가가치로 환산하면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때보다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지난해 0.01%, 올해 0.03% 끌어올린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내년 세후 성과급만 21.9조…소비로 성장률 0.06~0.09%p↑

내년 파급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즉시 현금화 가능한 세후 성과급을 21조 9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올해 4조 4000억 원의 5배이자, 지난해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액보다도 1.6배 많은 규모다. 세전 기준 성과급 추정액이 62조 원에 달한다.

내년 성과급 확대로 인해 GDP 수준은 소비 파급률이 낮아지는 보수적 시나리오의 경우 0.08%, 올해 수준의 파급률이 유지되는 상방 시나리오에서는 0.12%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GDP 성장률 기준으로는 0.06~0.09%p의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소비로 이어지는 단순 경로만 계산한 수치다. 다른 IT 기업의 임금 상승이나 자산효과, 정부 세수 확대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천은 집 사고, 청주는 그외 소비…서비스 번져야 '낙수'↑

같은 성과급(SK하이닉스) 영향에 놓인 지역에서도 소비의 행선지는 갈렸다. 청주 흥덕구의 소비 반응은 이천을 웃돌았으며, 이천에서는 가구·가전과 부동산 중개 등 주택 관련 소비가 두드러졌다.

이천 거주자의 수도권 주택 매입은 동탄·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와 성남·하남 등에 집중됐고, 특히 동탄 주택 매입 건수(월평균)는 지난해의 약 2배로 늘었다.

반면 청주 거주자는 성과급 지급 후에도 지역 내 주택을 주로 사는 기존 매입 행태가 유지돼 소비 반응이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천의 경우 반도체 사업장과 접근성 좋은 수도권 지역의 양호한 정주 여건에 최근 주택가격 상승 기대까지 더해져 주택 취득 유인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차장은 "청주는 주택 시장으로 가는 금액이 조금 적었고, 이천시는 조금 더 크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이천은 수도권과 인접해 수도권 근접 주택 매입이 늘었는데, 청주는 지역 내 주택 구입이 늘다 보니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소비도 자동차·백화점·온라인 등 고가 재량재에 집중됐다. 이들 품목은 수입 유발이 크고 국내 가계소득으로 돌아오는 몫이 상대적으로 작아 '소비→소득→소비' 선순환은 제한적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이 신규 고용으로 이어지고 성과급은 자산 시장보다 소비로 흘러가며 지출이 고가 재량재 외 서비스 등으로 넓어질수록 반조체 호황의 긍정적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