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급감에 北경제 연구도 '자료절벽'…"새 시계열 축적 어려워"

코로나 이후 입국 229→63→67명…2024년 236명 회복에도 과거 못 미쳐
여성 72.2%·접경지역 출신 76.2% 편중…"원자료 공개·기관 간 연계 확대해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평양 노동신문=뉴스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이 코로나19 이후 급감하면서 탈북민 설문을 토대로 북한 내부 경제 변화를 추적해 온 연구도 '자료절벽'에 직면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공식 통계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시장 활동과 주민 소득, 뇌물 등 비공식경제를 들여다볼 사실상 유일한 미시자료인 만큼 기존 설문 원자료의 공개 범위를 넓히고 기관별 데이터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KDI 북한경제리뷰 2026년 8월호'에 따르면 조용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경제안보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북한이탈주민 설문조사 자료의 연구 활용 현황과 방법론적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경제총량과 물가, 실업률 등 신뢰할 만한 공식 통계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 데다 주민들의 일상 경제활동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부문도 대부분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있어 북한경제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체제를 직접 경험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은 시장경제의 동향과 작동 기제, 파급효과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자료로 활용돼 왔다. 특히 북한의 비공식경제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 과거 서울대 경제학부 설문을 활용한 연구에서는 비공식경제 소득이 응답자 전체 가구소득의 78%를 차지하고, 70% 이상이 비공식 경제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 227명 가운데 112명이 뇌물을 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뇌물 지출은 전체 지출의 약 15.3%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비공식경제의 규모뿐 아니라 시장화가 공식 노동과 국가 통제, 주민의 불평등 인식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신규 탈북민이 크게 줄면서 북한의 최근 변화를 반영할 새로운 설문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통일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입국 탈북민은 2020년 229명에서 2021년 63명, 2022년 67명까지 급감했다. 2023년 196명, 2024년 236명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09년부터 매년 전년도에 북한을 떠난 '직행탈북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조사는 2020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이 조사는 최근 탈북자를 대상으로 해 기억 오류를 줄이고 북한 현지의 변화를 시계열로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024년 조사가 재개됐지만 기존 표집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고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단발성 조사로 바뀌었다.

보고서는 "북한 현지 상황의 변화를 새롭게 반영한 시계열 자료의 축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탈북민 설문 자체가 북한 주민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2026년 6월 말 기준 국내 정착 북한이탈주민 3만 4536명 가운데 여성은 72.2%,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와 함경북도 출신은 76.2%에 달했다.

북한 남성은 공식 직장에 속한 경우가 많아 당국 감시가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여성은 시장활동 참여가 많아 이동과 정보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탈북민 설문이 무작위 표집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2018~2020년 서울대 조사에서 탈북 이유는 북한 정권에 대한 불만·정치적 탄압이 31.5%, 자유체제에 대한 동경이 18.8%로 정치적 이유가 50.3%를 차지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16.4%였다.

보고서는 이처럼 특정한 이유로 북한을 떠난 집단의 조사 결과를 전체 북한 주민의 특성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며 표본선택편향을 설문의 가장 근본적이고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로 꼽았다.

다만 신규 표본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기존 자료의 활용 가치는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탈북민 설문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사회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변화한 과정을 담은 사실상 유일한 정량적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신규 표본 확보가 제한적인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기존에 축적된 자료를 보다 정교하게 재분석하고 서로 다른 기관의 자료를 상호 연계해 활용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며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등의 원자료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