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는 '밥값·병원비', 5분위는 '학원·여행'…소비 양극화 뚜렷
고유가지원금에 1분위 실질소득 4.4%↑…음식·숙박 15%↑, 오락·교육↓
5분위는 오락·문화 22%·교육 13.7% 늘려…소비 여력 계층별로 엇갈려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고유가 피해지원금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실질소득이 4.4% 늘었지만, 소비는 음식·숙박과 보건, 주거 등 생활에 필요한 품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필수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오락·문화와 교육에는 오히려 지갑을 닫았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오락·문화와 교육 지출을 각각 22.0%, 13.7% 늘리는 등 소비 양상이 크게 엇갈렸다. 저소득층은 지원금으로 소득이 늘었음에도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소비를 이어가면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계층별 소비 여력의 차이를 키우면서 이 같은 소비 양극화가 나타난 것으로 진단했다.
31일 국가데이터처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8만 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 증가했다. 물가 영향을 반영한 실질소득도 107만 1000원으로 4.4% 늘었다.
이전소득은 89만 7000원으로 9.8%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공적이전소득은 69만 4000원으로 11.6% 늘었다. 지난 4월부터 지급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공적이전소득으로 반영된 영향이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공적이전소득으로 반영되면서 모든 분위에 영향을 줬다"며 "특히 1분위 소득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1분위 소비지출은 137만 2000원으로 5.2% 증가했다. 물가 영향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114만 5000원으로 2.2% 늘었다. 실질 소비지출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제한된 데에는 고물가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6%에서 5월 3.1%, 6월 3.2%로 확대됐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같은 기간 2.9%, 3.3%, 3.4%를 기록했다.
소비는 음식·숙박과 보건, 주거 등 생활에 필요한 품목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음식·숙박 지출은 18만 7000원으로 15.0% 늘었다. 실질 지출도 12.1% 증가해 명목과 실질 모두 전 분위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음식·숙박 지출 증가액은 2만 40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 증가액 6만 8000원의 약 36%를 차지했다.
보건 지출은 16만 7000원으로 13.5%, 주거·수도·광열은 27만 원으로 6.5% 증가했다. 실질 기준으로도 각각 11.9%, 4.7% 늘었다.
반면 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제약되면서 오락·문화와 교육 지출은 감소했다. 오락·문화 지출은 5만 7000원으로 8.7%, 교육은 1만 5000원으로 21.2% 줄었다. 실질 감소율은 각각 12.7%, 22.1%였다.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109만 4000원으로 7.5% 증가했다. 평균소비성향은 125.3%로 2.7%포인트(p) 하락했지만 소비지출은 여전히 처분가능소득보다 25.3% 많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물가가 많이 오르고 경제 상황이 어려워 필수적인 지출 쪽으로 돈이 향한 것"이라며 "식생활과 주생활, 공공요금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소비에 지출이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원을 통해 1분위 소득을 늘렸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가 힘을 썼지만 저소득층은 여전히 필수적인 소비를 감당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15만 원으로 3.8% 증가했다. 근로소득은 1.7% 감소했지만 사업소득과 이전소득이 각각 11.0%, 31.9% 늘었다. 실질소득은 931만 1000원으로 0.8%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519만 9000원으로 5.2%, 실질 소비지출은 434만 1000원으로 2.2% 늘었다.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1분위와 같았지만 소비를 늘린 품목은 달랐다.
오락·문화 지출은 41만 2000원으로 22.0%, 교육은 49만 원으로 13.7% 증가했다. 실질 기준으로도 오락·문화 지출은 16.7%, 교육 지출은 12.3% 늘었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도 명목 기준 17.5%, 실질 기준 14.8% 증가했다. 음식·숙박 지출은 명목 기준으로 2.5% 늘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0.2% 감소해 1분위와 차이를 보였다.
이 교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같은 지원은 간헐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라며 "저소득층의 소득을 지속해서 늘리려면 중소기업의 고용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도 상위 계층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으면서 오락·문화와 교육 지출을 늘렸다"며 "1분위는 필수 소비에 집중하고 5분위는 문화·교육 소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소비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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