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가래 아닌 호미로 막겠다"…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문답]
점도표 중간값 3.25%…"향후 4차례 회의서 한 번 더, 완만한 인상"
"원화 더 강해져야 물가안정…금융취약지수 상승, 깊은 우려"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인상한 배경과 관련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다"며 "저희는 호미로 이번에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어하고, 뒤늦은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p) 높였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2.75%로 올리며 3년 6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로 전환한 직후 한 달 만의 연속 인상이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는 황건일 금통위원이 연 2.75%로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신 총재는 이번 '백투백'(back-to-back·연속) 인상을 두고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보냈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긴축 국면에 돌입한 바로 다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은 1999년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그는 "선제적 정책 대응은 뒤늦은 대응에 비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킴으로써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장 측면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6개월간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 중간값은 연 3.25%로 나타났다.
신 총재는 "앞으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네 번 있는데, 중간값이 3.25%라는 것은 지금보다 한 번 더 올리는 정도"라며 "완만한 인상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시점은 열어뒀다. 신 총재는 "앞으로 있을 회의는 모두 라이브 미팅"이라며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매번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안정 위험에 대해서는 우려 수위를 높였다. 신 총재는 오는 9월 금융취약지수(FVI)가 장기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당히 깊은 우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원화가 추가로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 총재는 "현재 환율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며 "수입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원화가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이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지속한 데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6%로 지난 5월 전망(0.2%)을 크게 웃돈 점 등이 반영됐다.
다음은 신 총재와 취재진 간 일문일답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 오름세에 대한 판단이었다. 소득 여건 개선과 강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물가 오름세가 더욱 광범위해지고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우려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어하고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기 전에 조기 대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기에 미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다. 뒤늦게 대응하면 그만큼 비용이 커진다는 의미다. 저희는 호미로 이번에 정책을 펴기로 했다.
▶점도표 중간값은 연 3.25%로 현재보다 0.25%p 높다. 앞으로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네 번 있는데, 현재보다 한 차례 더 올리는 정도의 완만한 인상세를 예상하고 있다.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그 효과를 점검해야 하고, 선제적으로 조기 대응한 만큼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취약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저희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고 이번 논의에도 많이 반영했다.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 계획에도 취약차주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특히 자금 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유용하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는 연 1.25%로 동결했다. 황건일 위원의 동결 소수의견은 전반적인 공감대 안에서의 단순한 전술적 차이다. 큰 그림에서는 모두 공감했다.
▶앞으로 있을 회의는 모두 라이브 미팅이다. 경제와 금융 상황에 따라 항상 판단하겠다.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관례에서 상당히 벗어난 조치다. 그만큼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보냈고, 기준금리가 연 3.00%로 올라간 만큼 경제주체들에게 미치는 여파를 점검하고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구를 세부적으로 뜯어 낱말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의 전반적인 의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전반적인 의도를 전달하고 저희도 시장을 보면서 계속 배우겠다.
▶다음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까지 8월과 9월 물가를 두 차례 확인할 수 있다. 물가지표가 매우 중요하다. 9월 초 발표되는 2분기 GDP 잠정치, 특히 명목 GDP도 살펴보겠다.
심리지수 등 실시간 지표도 보고 있다. 강한 성장세와 소득 여건 개선이 기업심리지수 등에 반영되고 있지만 모든 경제주체에게 흘러가는 경로는 아직 더디다. 소득 여건 개선이 가계와 취약계층까지 어느 정도 파급되고 있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유지되고 있다. 이것이 향후 금융시장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이번에는 무게를 많이 뒀다. 금리로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이고 통화정책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다만 주택가격 상승세를 완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발표하는 금융취약지수(FVI)는 시장가격과 신용,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등을 활용해 금융스트레스가 발생할 여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취약지수는 2024년 1분기 37.6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상당히 가파른 추세로 상승하고 있다. 오는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장기 평균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상당히 깊은 우려로 보고 있다. 대체로 금리가 오르면 신용 증가와 금융기관의 레버리지가 축소돼 취약지수가 내려간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상호 보완적이다.
▶환율은 6월 말과 비교하면 상당히 하락했고 안정됐다고 본다. 환율에서는 수준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일정한 수준에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하고 투자할 수 있다.
현재 환율은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입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원화가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이 물가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다. 통화정책의 조기·선제적 대응을 통해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19%에 달하는 수입물가 상승률도 상당 부분 상쇄되고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것인지는 재정지출의 형태와 규모,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원칙적으로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쓰인다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때문에 반드시 엇박자가 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발표될 재정지출의 규모와 용도, 집행 속도 등을 살펴봐야 한다.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아니다. 오히려 통화정책을 돕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3%, 내년은 2.9%로 5월 전망보다 상당폭 상향 조정했다. 소득 여건 개선과 강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본 것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5.6% 증가했다. 정말 유례없는 수치다.
GDP 갭률은 당초 내년에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 판단으로는 그 시점이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지표를 보면 지금도 거의 임계치에 있다. 소득 개선이 가계소비로 파급되는 효과는 현재까지 크지는 않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추가로 가시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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