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전력수요 38.4GW 증가…재생E만 173GW 필요"
12차 전기본 '전기국가' 토론회…발전 확대·탈탄소 '이중과제'
재생E·원전 출력제어 확대도 과제…환경단체 '반원전' 기습시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최대 38.4기가와트(GW), 연간 약 260테라와트시(TWh) 규모의 신규 전력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5년 국내 전체 발전량 596TWh의 40~50%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20일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제4차 '전기국가' 정책 토론회에서 메가프로젝트를 반영한 미래 전력수요를 이같이 추산했다.
분야별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2035년 18.4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용률을 75%로 가정하면 연간 전력사용량은 약 121TWh다.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2041년까지 2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용인 국가·일반산단에 14GW 이상, 서남권 산단에 6GW 이상이 공급된다는 전제다. 이용률 80%를 적용하면 연간 약 140TWh의 전력을 소비한다. 두 분야를 합치면 설비 기준 38.4GW, 연간 사용량은 약 260TWh다.
문제는 발전설비 확충 속도다.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가 모두 달성된다고 가정해도 예상 발전량은 연간 약 150TWh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박 본부장은 태양광 80GW에 이용률 15%를 적용해 약 105TWh, 풍력 20GW에 이용률 28%를 적용해 약 49TWh가 생산될 것으로 계산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의 추가 수요 260TWh를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하려면 약 173GW가 필요하다. 2030년 목표인 100GW보다 73GW를 더 확보해야 하는 규모다.
여기에 기존 화력발전의 탈탄소화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르면 전력부문 배출량은 2018년보다 68.8~75.3% 줄여야 한다. 신규 산업수요에 대응하면서 기존 발전부문 탄소배출까지 줄여야 하는 '이중 과제'라는 설명이다.
발전량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하루 24시간 높은 이용률로 전력을 소비하지만 태양광은 낮에 집중되고 풍력도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력망 병목도 수치로 확인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송·변전설비 사업 54건 가운데 30건, 약 55%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송전선로는 14건, 변전소·변환소는 16건이 지연 대상이다. 주민 수용성과 보상 문제,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장기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전력망 부족에 따른 출력제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남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일수는 2023년 2일에서 2024년 26일로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미 44일을 기록했다. 원전 출력제어도 2020년 2회에서 2025년 27회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5회 이뤄졌다. 발전설비와 수요지역, 전력망 구축 시점이 서로 맞지 않는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수요 증가세는 메가프로젝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는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21.9%에서 2050년 35.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약 94%로, 전력 생산·전력망·저장기술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본부장은 향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메가프로젝트 수요를 확정분과 조건부 수요로 나눠 반영하고, 실제 착공과 증설 시점에 맞춰 수급계획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ESS·양수 등 다양한 무탄소·유연성 전원을 확보하고 발전사업 인허가와 송전망 건설 일정을 연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전력 인프라의 성과를 단순한 발전용량이나 송전선 건설량보다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에 실제 전기의 '연결 시간'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전력시장 참여자가 2001년 19개에서 2025년 7096개로 늘어난 만큼 전력망 안정성과 시장 공정성, 소비자 보호를 담당할 독립적인 '전력감독원' 신설 필요성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환경단체 등이 대형원전 반대·재생에너지 확대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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