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성장률 2.5→3.2%로 상향…"반도체가 상향분 86% 차지"
반도체 호황에 전망 대폭 상향…수출 8.7%·설비투자 7.9%↑
경상수지 3600억 달러, 지난해의 약 3배…취업자는 17만→11만 명 하향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글로벌 반도체 수요 확대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 5월 전망(2.5%)보다 0.7%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성장률 전망 상향분 가운데 약 0.6%p가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등 반도체 호황의 직·간접 효과로 분석됐다. 사실상 성장률 전망 상향분의 약 86%를 반도체가 차지한 셈이다.
반도체 가격 급등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의 약 3배인 36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낮고 소득 증가도 관련 부문에 집중되면서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은 오히려 17만 명에서 11만 명으로 낮아졌다.
KDI는 반도체에 성장 동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반도체 경기 변화가 수출·투자 등 거시경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수요가 꺾이거나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경우 성장률이 다시 큰 폭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KDI는 19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지난 5월 1.7%에서 2.2%로 0.5%p 높였다.
중동 전쟁과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지난해보다 둔화하지만, 글로벌 AI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망이 지난 5월 이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여기에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한 점도 전망치 상향에 반영됐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성장률을 0.7%p 상향 조정했는데 대략 0.6%p 정도는 반도체와 그 파급에 의한 상승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직접적인 요인은 수출과 설비투자다. KDI는 올해 총수출이 8.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전망(4.6%)보다 4.1%p 높은 수준이다.
상품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 8.6%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상품수출 증가율도 기존 1.8%에서 4.9%로 3.1%p 높였다.
설비투자 전망은 더욱 큰 폭으로 조정됐다. 올해와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7.9%, 7.0%로, 지난 5월보다 모두 4.6%p씩 상향됐다.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생산시설과 제조용 장비 투자가 동시에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증가는 수입 확대 요인이기도 하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사용하는 제조용 장비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KDI가 올해 상품수입 증가율을 기존 전망보다 5.6%p 높인 9.2%로 조정한 배경이다.
건설투자는 올해 0.1%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지방 주택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이 반도체공장 등 비주거용 건축 개선 효과를 상쇄한 영향이다.
내년에는 민간 공장·창고 부문의 수주 증가와 주요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확충 등에 힘입어 건설투자가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5월 전망(1.1%)보다 1.6%p 높은 수치다.
반도체 호황의 효과는 경상수지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359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전망보다 1207억 달러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흑자(1231억 달러)의 약 3배에 달한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전망도 기존보다 1425억 달러 늘어난 3562억 달러로 제시했다. 반도체 수출 물량뿐 아니라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수출액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국제유가 상승 폭은 당초 예상보다 제한될 것으로 본 결과다.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은 교역조건 개선과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로도 이어졌다. 원유 수입가격이 올랐지만 반도체 수출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수출 물량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늘어난 소득이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다수 가계의 소득 개선으로 폭넓게 이어지지 못하면서 민간소비 개선세도 비교적 완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은 2.2%에서 2.3%로 0.1%p 상향하는 데 그쳤다. 실질총소득이 급증했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이 낮고 고용 여건도 악화한 점이 소비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올해 늘어난 소득이 시차를 두고 가계로 확산하면서 민간소비가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전망보다 0.5%p 높지만, 반도체 호황의 규모를 고려하면 소비 개선세는 여전히 완만한 수준이다.
성장률이 높아졌음에도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은 기존 17만 명에서 11만 명으로 6만 명 낮아졌다. 반도체 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고용 유발 효과가 모두 낮은 데다 건설업과 비반도체 제조업의 고용 감소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내년 취업자는 올해 고용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내수 개선에 힘입어 20만 명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전망보다 3만 명 늘어난 규모다.
김 부장은 "성장의 중심이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도체에 집중돼 있고, 실질총소득이 크게 늘었음에도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 10년 평균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고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업황도 밝지 않은 가운데 서비스업의 고용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며 "높은 경제성장률과 체감 경기가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7%로 유지됐다. 국제유가 전망은 낮아졌지만 상반기 원화 가치 하락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고,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전망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KDI는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AI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여타 반도체 생산국과의 경쟁 심화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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