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끊은 '신입 사다리'…4년새 청년 일자리 28.5만↓·50대 23만↑
청년 일자리 감소분 94%·50대 증가분 75.2% 'AI 고노출 업종'
신규채용 청년 비중 36.9→29.3%…취업 후 고용 이탈도 32%↑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인공지능(AI)이 청년에게는 일자리를 빼앗는 '대체재'로, 경력자에게는 생산성을 높이는 '보완재'로 작용하면서 노동시장 내 경력 사다리의 첫 칸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확산에도 전체 고용 지표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AI를 자주 활용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급감하고 상대적으로 경력직에 해당하는 50대 고용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은 AI가 주니어 직급의 업무를 주로 대체하면서 노동시장 첫 진출 단계에 해당하는 신입 일자리를 대거 빼앗긴 반면, 경험과 조직 사정에 밝은 경력자들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며 우위를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 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에 따르면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년층 일자리는 28만 5000개 감소,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약 1600만 명의 취업자를 포괄하는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와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활용해 AI 확산 이후 연령별·업종별 고용 변화를 분석했다.
청년 일자리 감소분의 94.0%에 달하는 26만 8000개는 AI 고(高) 노출 업종으로 분류됐다. 50대 증가분의 75.2%에 해당하는 17만 3000개도 같은 업종에서 늘어났다.
AI를 많이 활용하는 업종에서 청년 일자리가 축소되고 경력직은 확대되는 연공 편향적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청년 취업자는 2022년 6월 대비 정보서비스업에서 31.4%, 출판업에서 27.4%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AI 활용도가 높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은 16.6%, 전문서비스업은 11.6% 줄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AI는 아직 초급 단계의 일, 학교에서 배운 북 러닝에 기반한 정형화된 업무를 잘한다"며 "시니어 업무는 조직에 특화된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경험으로 쌓은 노하우)와 맥락 이해에 기반해 현재 AI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I를 사람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화' 방식으로 많이 활용한 업종일수록 청년 고용 감소 폭이 컸다. AI를 학습·검증 등에 보조적으로 쓰는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감소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신규 채용 중 청년 비중은 2014~2019년 평균 36.9%에서 2024~2026년 29.3%로 7.6%포인트(p) 하락했다. 과거에는 새로 뽑은 100명 중 37명이 청년이었지만 최근에는 29명에 그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같은 기간 청년인구 비중도 감소했지만 7%p 이상 급락하지는 않았다며, 인구 효과를 고려해도 청년이 신규 채용에서 밀려난 흐름은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업종·시점에 따른 영향을 통제한 분석에서도 AI 노출도가 한 분위 높아질 때 챗GPT 출시 이후 50대 고용은 7.0% 더 늘었지만, 청년 고용은 0.6% 줄었다. 두 연령층의 고용 증가율 격차는 7.6%p로 추정됐다.
청년 고용 위축은 신규 채용 감소에 그치지 않고 취업자의 노동 시장 이탈로도 이어졌다.
AI 고 노출 업종의 월평균 청년 고용 유입량은 팬데믹 이전 4년간 3만 2600명에서 최근 4년간 2만 9100명으로 감소했다. 상용직에서 미취업 상태로 이탈한 월평균 유출량은 3700명에서 4900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표본조사인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이용한 만큼 신규 채용 감소와 기존 근로자 유출 중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큰지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청년 고용 부진을 모두 AI 탓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팬데믹 당시 과잉 채용의 정상화, 기업 내부 교육 약화, 재택근무 확산 등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0대 고용 증가도 AI뿐 아니라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계속근로 의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오 팀장은 "기존의 경력 사다리가 약화하는 양상을 AI가 훨씬 가속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라며 "AI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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