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공포에도 안 닫힌 지갑…'카드소비'에 한은 셈법 복잡
2분기 카드승인액 7.6%↑·물가 감안 실질 4.5%↑…4~6월 증가폭 확대
7월 고빈도 지표도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주간 전년비 평균 5.7%↑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민간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카드 사용액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카드 사용액이 2분기 들어 4%대 증가세를 이어간 데 이어 7월 주간 단위 지표에서도 높은 증가세가 나타났다. 금리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계감과 달리 실제 소비는 예상보다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가 예상보다 강하게 버티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줄어드는 반면, 수요 측 물가 압력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향후 금리 결정에서 소비 흐름의 중요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국내 경기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데이터로 통관 수출액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꼽았다.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336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승인건수도 79억 6000만 건으로 6.0% 늘었다.
카드 사용액 증가는 물가 상승에 따른 착시만은 아니었다.
KB증권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추정한 2분기 실질 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로 나타났다. 1분기 5.0%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4%대 중반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월별로는 오히려 증가 폭이 점점 확대됐다. 실질 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4월 4.3%에서 5월 4.5%, 6월 4.8%로 높아졌다.
물가 상승분을 걷어내고 보더라도 2분기 후반으로 갈수록 카드 소비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카드 사용액은 소비 흐름을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 판단을 위한 보조지표로 활용된다. 한은도 경제 전망 과정에서 월별 카드 사용액과 소비자심리지수 등을 점검하고 있다.
6월까지 계속된 강한 카드 소비 흐름은 7월 속보성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국가데이터처가 공개한 신용카드 이용금액 나우캐스트 자료를 보면, 7월 3일 기준 주간의 4주 이동평균은 2020년 1월보다 35.1%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주 이동평균은 특정 한 주의 휴일이나 결제일 등에 따른 급격한 변동을 완화해 실질적인 최근 카드 이용 추세를 보여준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증가세는 견조했다. 7월 중 신용카드 이용금액의 52주 전 대비 주간 증가율은 △1주 차 11.6% △2주 차 -1.4% △3주 차 9.7% △4주 차 -12.9% △5주 차 21.6%로, 한 주당 평균 증가율이 5.7%에 달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 증가율이다.
특히 7월 31일에는 카드 이용금액이 52주 전보다 21.6% 늘어, 2021년 이후 관측치 가운데 7월 기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다만 해당 카드 이용금액 지표는 민간 카드사가 제공한 빅데이터에 기초해 데이터처가 공개한 속보성 지표이며, 2020년 1월 대비 수치는 명목 기준인 만큼 누적 물가 상승 등의 영향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곧바로 실질 소비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6월까지 물가를 감안한 카드 사용액도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7월 속보성 지표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은 견조한 소비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환경은 소비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은이 집계한 7월 금리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26으로, 2023년 10월(128)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10월은 기준금리가 3.50%에 달한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던 시기로, 향후 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들이 당시만큼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카드 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서 소비 흐름이 주요 변수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수출 호조에 이어 소비를 포함한 내수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버틸 경우, 성장 측면의 금리 인상 제약은 줄어드는 반면 물가 압력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은 커질 수 있어서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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