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예정 없던 美행…'3500억달러 투자·301조 관세' 막판 조율
美, 최근 대미 투자 압박수위↑, 공급과잉 조사결과 발표도 임박
韓 통상 투톱 중 통상본부장 공백, 金 '대미 투자·관세' 모두 조율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예정에 없던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약 48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방안을 비롯해 미국의 추가 관세 가능성까지 주요 통상 현안을 직접 조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무역법 301조에 따른 한국의 '구조적 공급과잉'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통상교섭본부장까지 공석인 상황이어서 김 장관의 이번 방미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16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은 지 약 3주 만이다. 당초 예정에 없던 방미 일정으로, 한미 간 주요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 측과 긴급히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미에서 김 장관은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합의 사항인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연내 첫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한다는 방침 아래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은 투자 프로젝트 발표와 실제 이행에 속도를 낼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 정부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조속한 발표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잇따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부임 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한국 정부 각료 가운데 처음으로 김 장관을 만난 것도 대미 투자 문제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추가 관세 문제도 주요 의제다. 미국은 이르면 이달 말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공급과잉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산 제품에 강제노동 관련 12.5% 추가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 공급과잉 조사까지 추가 관세로 이어질 경우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한미 통상 당국 간 15% 관세 수준을 넘기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대미 투자 이행 속도와 관세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장관의 긴급 방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한미 통상 협상의 실무 사령탑 역할을 해온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전날 전격 경질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0시를 기해 여 전 본부장을 직권면직했다. 구체적인 면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후임 통상교섭본부장 인선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를 중심으로 비상 업무체계를 가동해 통상 현안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경질 시점이다. 미국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조속한 발표를 압박하고 있고, 이달 말에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공급과잉에 대한 301조 조사 결과 발표가 예상되는 등 한미 통상 협상이 중요한 분기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과잉 조사에서 추가 관세가 결정될 경우 지난해 합의한 15% 관세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강제노동 관련 관세와 공급과잉 관련 조치는 각각 별개의 301조 조치인 만큼 단순히 기존 관세율에 합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잇따른 추가 관세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대미 수출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김 장관이 통상교섭본부장 공백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직접 미국으로 향하면서 대미 투자 이행과 관세 방어라는 두 현안을 동시에 챙기는 모양새가 됐다. 통상 실무 사령탑이 교체된 직후 이뤄진 이번 방미가 한미 간 막판 통상 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uni121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