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는 사유 따지고, 대출은 전입 이력만…'실거주' 기준 제각각

정부 "대출·세제, 애초 제도 성격 달라 기준 맞추기 어려워"
예외 사유 보완하는 정부…20일 입법예고 종료 후 발표 전망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14 ⓒ 뉴스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과 8·13 대출대책이 같은 '비거주 1주택자'를 다루면서도 실거주를 인정하는 기준이 서로 달라 혼선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제는 취학·전근·질병·해외 체류 등 구체적인 비거주 사유와 거주 기간까지 따지는 반면, 대출대책은 해당 주택에 주민등록을 이전한 이력이 있으면 실거주로 인정하는 등 기준에 차이가 있다. 같은 비거주 1주택자라도 적용되는 정책에 따라 실거주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재정경제부는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예외 사유를 넓히는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최근 발표된 대출대책의 기준을 세제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두 제도의 목적과 적용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대출보다 까다로운 세제상 비거주 요건…정부 "제도 성격 달라"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상 비거주 1세대 1주택자가 실거주로 인정받으려면 취학, 직장 변경·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구체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

또한 같은 시·군이 아닌 다른 시·군으로 이전한 경우여야 하고, 인정 기간도 최장 3년으로 제한된다. 이 기준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거주공제·기본공제 산정에도 함께 적용된다.

이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기존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어든다. 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가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늘어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실거주로 인정받지 못하면 세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구조다.

반면 지난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은 실거주 여부를 훨씬 단순한 기준으로 판단한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주민등록을 한 번이라도 이전한 이력이 있으면 실거주로 인정하고, 별도의 최소 거주기간 기준도 두지 않았다.

같은 정부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두 정책이 '비거주 1주택자'라는 같은 개념을 서로 다른 잣대로 판단하는 셈이다. 세제는 왜 거주하지 못했는지 구체적인 사유를 따지는 반면, 대출대책은 과거에 살아본 적이 있는지만 확인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출대책에서 발표한 비거주 기준을 세제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출 심사는 실거주 여부를 특정 시점에 한 번 판단하는 방식인 반면, 세제는 이후 거주 지속 여부와 거주 기간까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대출은 대출 시점에 확정해야 하는 '시점(스팟)' 개념이고, 세제는 거주 기간을 지속적으로 따지는 '흐름(플로우)' 개념이라 제도 취지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출대책에서 나온 기준을 세제개편 보완에 참고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14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2026.8.14 ⓒ 뉴스1 최지환 기자
예외사유 보완하는 정부…입법예고 종료 후 발표 전망

다만 정부는 비거주 사유를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보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종부세 개편안을 두고 불가피한 사유로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를 보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는 14일 오후 6시 기준 6300건이 넘는 국민 의견이 접수됐다. 소득세법 개정안까지 포함하면 9000건을 웃돈다.

정부가 제시한 예외 사유는 자녀의 취학·전학, 직장 변경·전근,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이다. 그러나 취학·전학의 인정 범위가 제한적이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도 거주 인정 기간이 최장 3년으로 제한돼 있어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새로 산 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경우나 부모를 봉양하면서 다른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경우, 지방 근무로 본인 소유 주택에 살지 못하는 경우 등을 실거주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보유 주택과 같은 시·군 안에서 다른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에도 예외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도 쟁점이다. 육아나 부모 봉양 등의 이유로 같은 지역 안에서 일시적으로 거처를 옮긴 경우까지 비거주자로 분류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여당에서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이번 세제 개편안은 전월세와 매매가를 모두 오르게 만들어 주거 안정에 큰 무리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도 "일시적 비거주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시행령에 담긴 부득이한 사유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취학, 질병 치료, 부모 봉양, 해외 체류 등은 예시적으로 열거된 사유일 뿐, 그 외에도 유사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며 "이런 예시를 좀 더 늘려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유 규정은 원래 법 개정 이후 시행령을 통해 확정할 사항이지만, 최근 이를 둘러싼 혼란이 있는 만큼 정부는 오는 20일 입법예고 종료 후 의견을 종합해 발표할 전망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