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힌 청년 취업, 일터 못 떠나는 고령층…엇갈린 고용시장

청년 취업자 45개월째 감소…65세 이상은 33만 3000명 늘어
근로희망 고령층 절반 "생활비 보탬"…청년대책·정년연장 보완책 관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가 청년층을 위한 취업특강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6.8.12 ⓒ 뉴스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청년은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고령층은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세대별 고용 격차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10만 8000명 늘어나는 동안 청년층 취업자는 19만 1000명 줄어 45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 취업자는 전체 증가 폭의 3배가 넘는 33만 3000명 늘어 고령층 일자리가 고용시장을 떠받쳤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문은 좁아지고 있지만, 고령층은 부족한 노후소득 탓에 평균 73.6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과 정년연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가운데 고령층 계속고용이 청년 신규채용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취업자 45개월째 감소…고용률도 27개월 연속 하락

13일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0만 8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취업자가 33만 3000명 늘어난 반면,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 취업자는 22만 6000명 감소했다. 고령층 취업자 증가가 생산연령인구의 고용 부진을 상쇄하며 전체 취업자 수를 끌어올린 구조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9만 1000명 줄어 45개월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청년 인구는 14만 4000명 감소했다. 취업자가 인구보다 4만 7000명 더 많이 줄었다는 점에서 청년 고용 부진을 인구 감소만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청년층 고용률은 44.2%로 전년보다 1.6%포인트(p) 떨어지며 27개월 연속 하락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6.8%로 1.3%p 올라 상승 폭이 2021년 1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취업자 감소와 고용률 하락에 이어 실업률까지 상승하면서 구직활동에 나선 청년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보험 통계에서도 세대별 온도 차가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를 보면 지난달 29세 이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5만 7000명 줄어 2022년 9월 이후 47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가입자는 20만 9000명 늘어 전체 가입자 증가분 27만 7000명의 약 75%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근로 일자리에서도 청년 가입자는 줄고 고령층 가입자는 늘어난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청년 인구 자체가 줄고 있지만 고용률은 인구까지 고려한 수치인데도 하락하고 있다"며 "부문별로 청년이 신규 진입하면서 순증한 분야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고 자동화와 인공지능(AI) 전환 등의 영향도 있다"며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은 취업하려면 경험이 필요하고, 경험을 얻으려면 취업해야 하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뉴스1 김영운 기자
53세에 주된 일자리 퇴직…73.6세까지 근로 희망

청년층이 첫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이 고령층은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55~79세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1178만 2000명으로 전체의 69.2%를 차지했다. 고령층 10명 중 7명가량이 계속 일하기를 희망한 것이다.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6세였다.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53.4%로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이 뒤를 이었다.

고령층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퇴직한 나이는 평균 53세였다.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 희망 근로 연령까지 약 20년간 추가로 일하기를 원하는 셈이다.

노후소득 여건도 충분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연금을 받은 고령층은 전체의 52.7%에 그쳤고, 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88만 원으로 집계됐다. 고령층 취업 증가에는 인구 고령화뿐 아니라 주된 일자리 퇴직 이후 발생하는 소득 공백과 부족한 연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년 취업자 감소와 고령층 취업자 증가가 곧바로 세대 간 일자리 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두 연령층이 주로 취업하는 업종과 직종, 고용 형태가 서로 달라 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난 만큼 청년 일자리가 줄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정부가 정년연장 법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년 신규채용이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이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임금·직무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늘어나면 제한된 정원과 인건비 안에서 신규채용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이에 고령층 계속고용과 청년 신규채용을 함께 늘리는 '세대 상생형' 정년연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정원·총인건비 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청년고용의무제를 손질해 신규채용 감소를 막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발표가 미뤄진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에는 2030년까지 AI 등 첨단·청년 선호 분야 전문인력 20만 명 이상을 양성하고, 민간·공공 일자리와 창업을 합쳐 30만 개의 기회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직접적인 대체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 선호 일자리에서는 정년연장이 청년 신규채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청년층과 고령층은 선호하는 직무와 숙련·경험 수준이 달라 일자리가 완전히 대체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처럼 모두가 선호하는 일자리에서는 세대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AI) 전환은 전문 분야에서도 청년들이 주로 맡는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일자리부터 줄이고 있다"며 "직업훈련에만 머물지 말고 청년 일자리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고용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