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엔 효자, 환율엔 불효자…AI·반도체가 환율 공식 바꿨다
MUFG "AI 투자 미국에 집중…수출국보다 달러가 환율 수혜"
韓 수출 27% 늘고 무역흑자 1880억달러…원화는 되레 6% 약세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각국의 무역과 자본 흐름을 동시에 바꾸면서 무역 흑자 확대가 통화 절상 요인이라는 기존 환율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외 IB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AI 반도체 수출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냈지만 국내 투자자금이 미국 AI 기업과 금융자산으로 향하면서 원화 강세 효과는 제한됐다는 지적이다.
일본계 금융그룹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는 최근 내놓은 'AI가 외환시장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가' 보고서에서 AI가 설비투자와 교역, 생산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금리, 국제 자본 흐름, 교역조건 등 6개 경로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MUFG는 AI가 기술주 중심의 투자 주제를 넘어 각국의 성장과 교역, 국제 자본 이동을 동시에 움직이는 거시경제 변수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MUFG는 달러를 AI 투자 확대의 주요 수혜 통화로 꼽았다. AI 관련 투자가 미국에 집중된 데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 해외 투자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국 자산가격과 달러 가치를 함께 지지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과 대만은 AI 하드웨어 생산과 수출의 최대 수혜국이지만, 수출 증가가 자국 통화 강세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았다. AI 반도체와 서버 부품은 한국과 대만에서 생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창출된 투자자금은 미국 AI 기업과 금융시장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생산 수혜국과 자본 유입에 따른 환율 수혜국이 달라진 셈이다.
보고서는 지난 6월까지 최근 12개월간 한국의 수출액은 871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수출 증가분 가운데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약 15%였고, 다른 아시아 국가의 비중은 약 70%에 달했다. 한국에서 생산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등이 아시아 제조 거점으로 수출된 뒤 서버와 AI 가속기 등에 탑재돼 미국 등으로 재수출되는 공급망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최근 12개월간 한국의 무역흑자는 1880억 달러로 직전 12개월의 560억 달러보다 3배 넘게 확대됐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상 무역흑자가 확대되면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진다. 하지만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약 6% 하락했다.
MUFG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가 수출 호황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거주자의 해외주식 매수액은 역대 최대인 1140억 달러로,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의 685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가운데 미국 주식 투자액은 736억 달러에 달했다.
AI 반도체 수출로 유입된 외화의 원화 강세 효과가 미국 기술주 등 해외자산 투자로 상당 부분 상쇄된 셈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역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미국 AI·반도체주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국내 주가와 달러·원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로 달러·원 환율이 오르지만, 최근에는 코스피가 하락한 날 달러·원 환율도 함께 내리는 동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AI 관련 자산에 대한 재평가로 달러에 집중됐던 자금 흐름이 일부 달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AI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관련 자금 흐름이 달라진 점도 최근 원화 강세에 영향을 미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 주가가 하락하는 날 달러·원 환율도 함께 내리는 등 주가와 환율이 동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완화된 데다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와 ADR 관련 환전 물량 등 달러 공급이 겹치면서 국내 수급이 환율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외환시장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아 특정 환전 물량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관련 물량이 소진된 뒤인 8월 이후에도 현재의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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