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속도 4배로는 부족…"송전망·자금 병목 풀어야"

올해 상반기 누적 설비 39.1GW…반기마다 6.8GW 신규 설치 필요
발전설비 154%↑ 때 송전망은 26%…정책금융도 절반 미달

태양광 패널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 100GW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보급 속도를 과거의 4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금융 여건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보조금 제도의 경제적 타당성은 확인됐지만, 전력망과 자본조달 병목을 함께 해소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발간한 '재생에너지의 효과적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 87GW와 풍력 9GW, 기타 4GW 등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총 10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반기마다 6.8GW 설치해야…풍력 보급 속도 10배로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39.1GW다. 정부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 하반기부터 2030년까지 반기마다 평균 6.8GW 이상의 신규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기록한 평균 신규 설치량인 반기당 1.7GW의 4배에 달한다. 에너지원별로는 태양광 보급 속도를 약 3.6배, 풍력은 약 10배 높여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투입되는 비용도 상당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지원 제도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는 지난해 4조 5000억 원이 투입됐다.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누적 비용은 약 28조 원이다.

RPS에 들어가는 비용은 소비자가 납부하는 전기요금의 기후환경요금을 통해 충당된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뿐 아니라 지원 제도의 비용 대비 효과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가 2020년을 기준으로 공급인증서(REC) 보조금 1원이 추가 지급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을 추산한 결과 태양광은 1.33원, 육상풍력은 1.18원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보조금 1원에 따른 사회적 편익은 발전의 직접 가치와 환경편익, 기술 발전에 따른 학습효과 등을 합쳐 2.07원이었다. 추가 설비에 계속 지급되는 보조금 등을 포함한 정부 순비용은 1.56원으로 분석됐다.

육상풍력의 사회적 편익은 2.39원, 정부 순비용은 2.02원이었다. 다만 학습효과를 제외하면 보조금 1원당 편익은 태양광 0.89원, 풍력 0.80원으로 각각 비용을 밑돌았다.

국내 보조금의 1원당 편익은 미국의 태양광 3.50원, 풍력 5.21원과 비교해서도 낮았다.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사업의 비용을 높이는 구조적 병목을 함께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성훈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빠르게 확대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동시에 주요 수단인 보조금의 비율효율성 또한 제고해야 된다"며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경제적 유인을 촉진할 보조금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고,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핵심 병목들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소가 되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풍력발전기 2026.6.12 ⓒ 뉴스1 최창호 기자
발전설비 154% 늘 때 송전망 26% 확충…정책금융도 수요의 절반 미달

KDI는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전력계통과 자본조달 여건을 꼽았다. 발전비용이 비슷하더라도 전력계통과 금융 여건이 나은 국가일수록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발전설비가 154% 증가했지만 송전망은 26% 확충되는 데 그쳤다. 발전 여건이 좋은 남부·서남해안과 전력 소비가 집중된 수도권 간 공간적 불일치까지 겹치면서 접속 지연과 출력 제한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육지 지역의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 일수는 44일에 달했다. 전국의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6%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전력계통 병목이 나타난 셈이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관련 내규와 고시가 정비되지 않아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요반응 등 전력 수급 변동에 대응할 유연성 자원 시장도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

자본조달 여건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입을 결정하는 전력도매가격(SMP)과 REC 가격의 변동성이 큰 데다 장기 고정가격계약과 전력구매계약(PPA) 시장도 활성화하지 못했다.

2024년 기준 RE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에서 PPA가 차지하는 비중은 1%보다 낮았다.

정부가 미래에너지펀드 등을 통해 2030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정책금융 23조 원도 고위험 자본 수요 54조 원의 절반에 못 미쳤다.

KDI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전력계통과 자본조달, 보급 지원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송전망 입지·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지역별 차등요금제와 유연성 자원 거래시장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활성화하고 PPA의 거래 상대방과 규모 제한을 완화해 발전사업자의 수입 불확실성도 줄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경쟁입찰 방식의 보급 지원 제도를 확대할 때는 사업비를 면밀히 파악해 적정 상한가격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한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사업자들이 입찰을 포기해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임희현 KDI 연구위원은 "앞으로 경쟁입찰로 주력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행정적으로 정하는 상한가를 잘 결정해야 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으로 사업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잘 파악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은 대규모 사업의 고위험 구간을 지원해 민간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조금 제도는 다년간 경매 물량과 가격·평가 규칙을 미리 공개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봤다. 기술 성숙도에 따라 지원 수준과 기간을 조정하고 비용편익 분석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효율이 높은 사업에 재원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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