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불가" 못박은 피부·미용 시술 약관…공정위 제재로 손질
계약 해지 제한·과도한 위약금 등 6개 유형 불공정 조항 적발
최근 4년 선납진료 피해구제 5배 급증…표준약관 제정도 검토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시술 결과에 대한 단순 변심이나 불만족을 이유로 환불을 전면 금지했던 피부과·성형외과 등 15개 의원의 선납진료 약관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거쳐 대거 시정됐다. 계약 해지를 제한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개 의원의 선납진료 이용약관을 심사해 계약 해제·해지 제한 조항, 과도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소송 제기 금지 조항 등 총 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15개 의원은 △다시봄날의원 △닥터에버스의원 △미앤미의원 △뷰티라운지의원 △블리비의원 △샤인빔의원 △스노우의원 △상상의원 △아비쥬의원 △예쁨주의쁨의원 △유앤아이의원 △오라클피부과의원 △톡스앤필의원 △톤즈의원 △포에버의원이다.
최근 피부과, 성형외과 등 미용 목적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패키지 시술 비용을 사전에 지급하고 이용하는 선납진료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는 반복 수납의 불편을 덜고 이벤트 할인가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선납진료를 적극 이용하지만, 중도 해지 시 환불을 둘러싼 분쟁도 함께 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2개년(2023~2024년)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접수 건수 상위 15개 의원을 선정해 약관을 심사했다. 심사 결과 13개 사는 계약 해제·해지 제한 조항을, 10개 사는 소송 제기 금지 조항과 선납진료권 양도 제한 조항을 각각 두고 있었다.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은 7개 사에서, 과도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은 2개 사에서 확인됐다.
가장 많이 적발된 계약 해제·해지 제한 조항은 시술 결과에 대한 주관적 불만족이나 계약일로부터 일정 기간 경과 등을 이유로 환불을 전면 금지한 경우다.
공정위는 이 조항이 사용하지 않은 진료비 전액을 위약금으로 청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며 약관법 제9조 위반으로 판단했다.
일부 의원은 중도 해지 시 결제금액의 20%에서 30%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두고 있었다. 이 역시 소비자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당하게 가중시키는 조항으로 무효라고 봤다.
이 밖에 환불 이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거나 소송·이의 제기 자체를 금지한 조항, 선납진료권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도록 한 조항, 지정 의료진이 퇴사·휴진해도 환불 없이 대체 진료만 허용한 조항 등도 시정 대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환불 제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위약금 10%를 공제한 후 잔액을 환불하도록 약관을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 사업자의 고의·과실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소송 제기 금지 조항과 양도 제한 조항은 삭제했다. 지정 의료진 교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한국소비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간 선납진료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총 1150건에 달했고, 이 기간 접수 건수는 88건에서 449건으로 약 5배로 늘었다. 피해 유형 중에서는 계약 해지 및 위약금 관련 분쟁이 83.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공정위는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의료분야의 선납진료 이용약관을 점검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잔여 대금 환불 기준 및 부당한 양도 금지 조항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내용을 반영해 관련 분야 표준약관 제정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불공정 약관과 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시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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