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복지급여는 신청 없이 찾아서 지급(종합)
수급 기준 중위소득 연동 검토…저소득 노인에 인상분 더 배분
AI로 위기가구 발굴·긴급생계비 우선 지급…통합돌봄 대상 확대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정부가 기초연금 인상분을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이 배분하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한다. 소득인정액 하위 70%를 선정하는 현행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과 연동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국민이 복지제도를 알지 못해 지원받지 못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보편적 복지급여는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지급하고, 선별급여는 기존 신청 정보를 활용해 대상자를 찾아 지급하는 체계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복지급여 신청주의 완화와 위기가구 발굴 △국가 책임 통합돌봄 확대 △기초연금·국민연금 중심의 노후 소득 보장 △청년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복지·연금 분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몰라서 못 받는 신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급여는 자동 지급하고, 선별급여는 기존 신청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빠짐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상반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과 고독사 위험군 조사를 통해 취약계층 32만 명을 지원했다. 별도의 증빙 없이 먹거리 등을 지원하는 '그냥드림' 사업도 300개소로 확대했다.
앞으로 취약 채무자의 금융정보를 복지행정 시스템과 연계해 위기가구 발견 정확도를 높이고, 담당자가 직접 찾아가는 방문 상담을 확대한다. 불법사금융 피해자도 복지행정 체계로 신속히 연계해 생계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수급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인정액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며, 매년 모든 수급자에게 같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기준연금액을 인상한다.
정부는 기존 수급액을 줄이지 않으면서 앞으로 발생하는 인상분은 저소득 수급자에게 더 많이 배분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정 장관은 "기초연금 개편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며 "하후상박이라는 원칙이 정해져 있고, 이를 어떻게 설계할지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급자는 인상 폭을 제한하고, 저소득 수급자에게는 더 큰 인상분을 배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소득 구간과 구간별 인상률 등 구체적인 설계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수급 대상 선정 방식도 개편 대상이다. 현재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70%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매년 소득인정액 선정 기준을 조정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복지부는 수급 대상을 일정 비율로 고정하는 대신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인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소득은 적지만 재산이 많은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는 등 소득인정액 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함께 손질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선정 기준을 상대평가 방식으로 70%에 고정하지 않고 기준 중위소득 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과 하후상박 방식으로 어떻게 재배분할 것인지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제기준에 따른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과거 40% 수준에서 최근 35.9%로 낮아졌다.
정 장관은 "노인 자살률은 연령대별 자살률 가운데 가장 높고 빈곤과 질병 등이 영향을 미친다"며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도입으로 경제적 이유에 따른 자살이 감소했고, 통합돌봄이 도입되면 사회적 고립과 방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높여 장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과거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해 가입 기간을 늘리는 추후납부 제도의 형평성도 개선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신청하지 않아도 지원 필요성이 확인되면 급여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복지 전달체계를 개편한다.
지난 4월부터 위기가구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생계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앞으로는 위기 상황이 확인되면 소액의 생계비를 우선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초생활보장 대상과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인상해 저소득층의 생계 보장을 확대하고, 가족의 소득과 재산 때문에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추가로 개선할 방침이다.
자살 위험이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복지부와 경찰·소방이 24시간 합동으로 고위험군에 대응하고, 자살예방 상담전화 인력을 2배로 늘린다.
AI 모니터링과 청소년 심리부검을 통해 연령대별 자살 원인을 분석하고 관련 정책에 반영한다. 기존 심리부검은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복지부는 올해 교육부와 함께 청소년 심리부검을 처음 도입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청소년은 학업 스트레스와 인간관계 위기, 사회적 고립, SNS 중독 등 다양한 정서적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며 "청소년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 원인을 심층 분석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살던 곳에서 요양·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대상도 확대한다.
노인 중심의 통합돌봄 대상을 장애인과 정신질환자까지 넓히고, 방문진료와 재가서비스를 확충한다. 장기요양 재가급여 월 한도액도 인상해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충분한 요양·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별 돌봄시설과 인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평가·성과관리 체계도 마련한다.
청년이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없어 공적연금 제도 밖에 머무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첫 보험료를 지원한다. 군 복무와 출산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크레디트 제도도 확대한다.
소득 공백이나 사회적 고립 등 구조적 위험에 놓인 청년을 위한 별도의 소득 보장 방안을 마련하고, 가족돌봄청년에게 지급하는 자기돌봄비와 고립·은둔 청년의 일상 회복 지원사업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정 장관은 "청년들이 공적연금 제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국민연금 첫 보험료를 지원하고 군 복무와 출산에 따른 가입 기간 인정도 확대하겠다"며 "소득 공백과 고립 등 구조적 위험에 놓인 청년을 위한 소득 보장 방안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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