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별도 신설→KIC 통합'으로 노선 변경…미래대응기금도 신설

[하반기 경제정책]KIC 20년 전문성 활용…종합형 국부펀드로 개편
정부출자·기부금·수익 등 재원 마련…외환보유액 계정과 분리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행정안전부 제공)ⓒ 뉴스1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내외 전략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할 한국형 국부펀드가 한국투자공사(KIC)를 통해 추진된다. 정부는 별도 기관을 설립하는 대신 KIC를 저축형과 전략형 기능을 모두 갖춘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정부는 KIC에 국내외 전략투자를 전담하는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한다. 기존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위탁계정과는 분리 운영해 대외 신뢰도와 운용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전략산업과 경제안보 분야에 장기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략투자계정은 정부 출자와 기부금, 운용수익 등을 재원으로 국내외 전략산업과 기간산업, 경제안보 관련 분야에 장기 투자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세수를 청년·차세대성장·지방·교육 등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도 신설한다.

별도 공사 설립 방침 변경…"KIC 활용이 효율적"

14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국내외 전략투자에 나선다.

정부는 당초 KIC와 별도의 공사를 설립해 한국형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KIC는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2005년 7월 설립된 해외투자 전문기관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공공기금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자산을 해외에 투자하며 우리나라 국부펀드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당초 KIC와 별도의 공사를 설립해 한국형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에 국부펀드 역할을 하는 KIC가 있는데 별도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추진 방식을 재검토했다.

새로운 기관을 설립할 경우 조직과 운용체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데다 KIC가 확보한 전문성과 해외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

민경설 재경부 혁신성장실장은 "국내외 전문가들과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했고 정부 내부에서도 상당한 검토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민 실장은 "국부펀드가 있는데 왜 별개 기관을 설립해야 하느냐는 문제와 새로운 기관이 안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KIC가 20년 동안 축적한 전문성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6.7.14/뉴스1
저축형·전략형 합친 종합 국부펀드…3대 분야 장기 투자

현재 KIC가 외환보유액의 안정적인 운용을 중심으로 한 '저축형 국부펀드'라면 앞으로는 국내외 전략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전략형 국부펀드' 기능을 더하게 된다.

정부는 두 기능을 KIC에 두되 계정을 분리해 종합형 국부펀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형일 재경부 제1차관은 "KIC는 이미 국부펀드로서 네임밸류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새로운 기관을 신설하기보다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국부펀드가 국내 투자에 참여할 때 앵커 역할을 할 수 있고 별도 기관보다 신속하게 출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전략투자계정의 재원은 정부출자와 기부금, 운용수익 등으로 구성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재투자와 배당, 국고 환수에만 사용한다.

투자 대상은 전략산업과 기간산업, 국가경쟁력·경제안보 관련 산업 등 3대 분야다.

전략산업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롯해 소재·부품·장비와 원전, 우주·항공, 양자 등이 포함된다.

금융과 인프라 등 기간산업과 해외 공급망 관련 산업에도 장기 지분투자 방식의 인내자본을 공급한다.

해외 국부펀드와 협업해 해외자원 개발과 정·제련 시설 투자, 공급 우선협상권 확보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기존 외환보유액 위탁계정과 새로 설치하는 전략투자계정은 엄격하게 구분해 회계 처리한다.

KIC는 현재 한은과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외환보유액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새로 설치하는 전략투자계정은 국내외 전략산업 등에 장기 지분투자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유지하고 전략투자계정의 운용이 기존 위탁계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두 계정 사이에 엄격한 방화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두 계정 사이에는 방화벽을 제대로 쌓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가세수로 미래대응기금 신설…청년·지방·교육에 집중 투자

정부는 국부펀드와 별도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반도체 호황 등으로 예상되는 추가세수를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도 신설한다. 청년, 차세대 성장, 지방, 교육 등에 집중 투자하는 기금으로, 양호한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취지다.

추가세수는 '초과세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초과세수가 당해연도 세입예산 전망치를 초과하는 세수를 의미하는 반면, 중기재정계획상 제시한 장기 세입 추세를 웃도는 세수를 의미한다.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는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등 법정 용처가 정해져 있다. 이를 추가세수로 별도 관리해 용처를 유연하게 한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초과세수는 올해 당초 세입 전망 대비 더 걷힌 세수를 뜻하고, 추가세수는 아직 제출하지 않은 내년도 세입예산안을 넘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를 의미한다"며 "용어 자체에 큰 의미를 둘 부분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정부 내에서 추가세수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도 "최근 반도체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장기추세선보다 세수가 급등하게 된 부분이 추가세수 개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