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도체 피크아웃 일축…"내년까지 역대급 장기 호황 전망"

AI 투자로 수요 급증…HBM 등 고성능 제품 공급 확대는 제약
40개월째 확장 국면 지속…과거 평균 뛰어넘어 내년까지 시계 연장

SK하이닉스 반도체 이미지.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글로벌 반도체 경기의 확장세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과거 평균 확장 기간(29개월)을 크게 웃도는 40개월째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수요 증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의 공급 제약으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은은 AI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고성능·주문형 반도체는 생산 확대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업황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시장 일각의 평가와는 거리를 뒀다.

13일 한은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 따르면 한은은 반도체 경기의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배경으로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 확대 속도가 더딘 점을 들었다.

빅테크 'AI 경쟁'에 HBM 공급 제약…과거 호황기와 다르다

한은은 "AI 인프라 투자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 비해 공급 확대 속도는 더디다"고 밝혔다. AI 확산에 따른 연산 수요 증가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주요 빅테크 기업의 투자 지속, 높은 공정 난이도에 따른 공급 제약 등이 반도체 경기의 상승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과거의 확장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수요 측면에 대해 "이번 확장기는 AI 확산에 따른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쟁적 투자가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확장기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고성능 제품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제품 양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주문형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공급 확대 속도가 제약된다"고 평가했다.

AI 관련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이 이를 빠르게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는 것이 한은의 결론이다.

한은은 "현재 반도체 경기는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호조로 과거 확장세를 훨씬 뛰어넘는 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확장 국면은 2023년 3월 시작된 이후 4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2000∼2020년 나타난 다섯 차례 반도체 경기 확장기의 평균 지속 기간인 29개월보다 11개월 길다.

"적어도 내년까지 호조" 글로벌 IB 한목소리…'에너지 병목'은 변수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반도체 경기의 상승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AI 기술 확산 속도와 범위, 수익성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IB들은 대체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적어도 내년까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다만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이 조정을 받거나 빅테크 기업이 실물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은 하방 위험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등 에너지 공급의 병목 현상도 반도체 경기의 확장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적어도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이번 평가는 확장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한은의 기존 전망보다 시계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2026년)까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며 "2027년까지 갈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전 한은 총재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AI 버블론'과 관련해 "AI 산업에서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반도체는 써야 한다"며 "관련 산업이 적어도 1년 시계에서 전망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반도체 경기의 확장 가능성을 한층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에는 최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반도체 수출 실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지난 4월 171.4%, 5월 167.7% 각각 증가했다. 월간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6월에는 증가 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상황과 함께 반도체 경기 전망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