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韓 성장률 전망 2.6% 유지…"반도체 슈퍼사이클 종료론 시기상조"
내년 성장률은 1.9% 전망…올해 부채비율 48.2%→51.4%로 정정
"거래세→보유세" 부동산 개편도…"구조개혁 없인 나랏빚 GDP 200%"
- 전민 기자, 임용우 기자,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이강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 전과 같은 2.6%로 유지했다. 최근 제기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료론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부동산 세제를 거래세 중심에서 보유세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현행 재정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국가부채 비율이 2050년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6)에서 올해 성장률을 2.6%, 내년은 1.9%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전망과 같은 수치다. 소비와 정부 재정지원,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강세가 성장을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부문별 전망치도 함께 제시됐다. 민간소비는 올해 2.2%, 내년 2.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정부소비는 각각 2.9%, 2.1% 증가할 것으로 봤다.
설비·건설 투자를 포함하는 총고정자본형성은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단기 위축되겠지만 하반기 반등하며 올해와 내년 각각 2.1%, 2.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6.0%에서 내년 1.9%로 둔화하며 중기적으로 성장 기여도가 낮아질 것으로 봤다. 수입 증가율은 올해 4.4%, 내년 2.1%로 제시했다.
GDP 대비 경상수지는 올해 12.3%, 내년 9.9%로 예상했고 실업률은 올해 2.8%, 내년 2.7%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욘 파렐리우센 OECD 한국·스웨덴 데스크 담당관은 "일각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이제 끝난 것 아니냐고 생각하고 조정 국면 진입까지 보고 있지만 이는 너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집중됨에 따라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굉장히 잘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중하게 대응한다면 한국 경제는 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2.6%, 내년 2.2%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당분간 상승 압력이 이어지겠지만 국내 수요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OECD는 통화정책이 에너지 가격 충격에 따른 일시적 물가 상승보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행이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OECD는 한국 경제의 반도체 부문 성장을 다른 부문 생산성으로도 확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덜랜드 과장은 "반도체 집중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기업이 늘면서 근로자 소득이 오르고 이로 인해 소득격차도 커질 수 있다"면서도 "이들 기업 자체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나머지 기업의 생산성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OECD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고도 함께 내놨다. 올해 한국의 공공부채 비율을 GDP 대비 51.4%로, 내년은 52.3%로 전망했다. 지난달 발표한 수치(올해 48.2%, 내년 50.2%)보다 상향 조정된 수준이다.
OECD는 금융자산 관련 수치에 오류가 있어 지난해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을 45.8%에서 50.4%로 정정했고,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전망치도 함께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1996년 OECD 가입 이후 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약 20%포인트(p) 상승했고, 공공부채는 10% 미만에서 50%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박이 이어지면 국가부채 비율은 현 정책 유지 시 2050년 200%를 넘어서지만, 재정건전화 노력을 병행하면 같은 해 100% 안팎, 2060년에는 1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성과 고용을 끌어올리는 구조개혁까지 함께 추진하면 2060년에도 60%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더글라스 서덜랜드 OECD 국가분석과장은 이 전망치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현재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 인위적인 시나리오"라며 "한국 정부는 분명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의 추정치를 보여준 것"이라며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명목 GDP도 감안되지 않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박을 고려해 초과 세수 활용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덜랜드 과장은 "인구 고령화를 생각하면 초과 세수는 성장을 도모하거나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며 "교육 훈련 강화에 초과 세수를 사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이 고성장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는 미래 투자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OECD는 재정 대응 방안으로 지출 재배분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왜곡적이거나 지원 대상이 부정확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한편, 조세지출 축소와 간접세·교정세 수입 확대로 보다 단순하고 성장친화적인 조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중기 재정목표와 의무적 지출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화된 재정틀에 대해 폭넓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재정 투명성을 감시할 독립 재정기구 도입도 권고했다. OECD는 "독립 재정기구를 도입하면 재정 운용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63세인 연금 수급연령이 OECD 국가 가운데 낮은 수준이라며 2035년까지 현행 법정 수준보다 수급연령을 더 높이고, 보험료 납부 상한 연령도 수급연령과 연계한 뒤 이후에는 두 기준을 기대수명 변화와 연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의 연금지출은 2025년 대비 2060년 GDP의 약 5%포인트 늘어 OECD 평균 증가폭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근거다.
주택시장 정책과 관련해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억제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주택시장 압력이 완화되면 차주의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한 대출 규제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서울 중심 주택공급 확대 정책은 수급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개발제한 완화와 인허가 기간 단축,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거버넌스 개선 등을 통해 공급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 확대도 주문했다. 수도권 집중으로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와 재정역량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지방정부의 과세권과 교통·보건·주거 등 필수서비스 분야의 지출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역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도 핵심 권고 사항으로 꼽혔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부동산 세수 중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9.4%로 OECD 평균(56.0%)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반면 거래세 비중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한국의 부동산 세수 자체는 결코 적지 않다고 짚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GDP 대비 3.0%로 OECD 평균(1.6%)보다 높다. 다만 세수 구성이 거래세에 치우쳐 있어 왜곡이 크다는 게 OECD의 진단이었다.
이에 OECD는 세수 중립적인 방식으로 거래세 비중을 줄이고 보유세 비중을 늘리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가격 기반 과세를 강화하고, 거주 형태 중립성을 확대해 공실이나 세컨드홈처럼 활용도가 낮은 자산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서덜랜드 과장은 브리핑에서 "한국은 재산과 자산에 대한 과세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는 OECD 상위권에 속한다"면서도 "조세 구조는 재산에 대한 보유세보다 거래세 위주로 편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세 구조를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효율성을 높이고, 특히 지역 간 이동성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보유세는 장기적인 특징을 갖는 세금 항목"이라며 "저소득층이 저렴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입 확충 방안도 제시됐다. OECD는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담배·주류세도 상대적으로 낮다며, 환경세와 배출권거래제 할당량 경매 확대 등을 통해 추가 세수를 확보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법인세는 조세지출을 줄이면서 단일세율 체계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개인소득세는 과세 기반을 확대해 면세자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는 재정적 비용을 수반하고 고소득 가구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에너지 위기가 지속될 경우 취약계층과 생존 가능한 기업을 우선 지원하고 최고가격제·유류세 인하는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비쿠폰 정책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OECD의 시각차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새 정부가 발행한 소비쿠폰이 민간소비를 촉발했지만 재정적자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강 차관보는 "OECD 보고서 초안에는 소비쿠폰이 재정 부담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여러 데이터와 한국은행 추정치 등을 포함해 설명한 결과, 조정 과정을 거쳐 균형 잡힌 보고서가 나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덜랜드 과장도 "소비쿠폰뿐 아니라 여러 선별적 지원을 포함해 특히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상대적인 지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변화하면 필요에 따라 소비쿠폰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OECD는 초·중등 교육에 배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고등교육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OECD는 "학생 수 자체는 축소되고 있지만 세수 기반은 고정돼 있어 학생 1인당 지출되는 비용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며 "교육 지출 일부를 다른 부분으로 재조정하는 것은 어떠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OECD의 정책 권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정책 추진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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