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바늘구멍'…전환율 13.5%, 10명 중 1명 그쳐
중소기업서 대기업 정규직행은 '6%' 불과…대기업 내부만 전환 상승
대졸·남성일수록 전환 유리, 아동기 가난할수록 전환율 더 낮아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고용의 '사다리'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2010년대 초반 20%에 육박했지만 2023년에는 13.5%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의 70% 이상은 다음 해에도 비정규직 상태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되며 고용 형태의 고착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대기업 정규직 이동도 줄어드는 등 노동시장 내 상향 이동 경로도 좁아지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맞물리며 고용 이동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일자리 이동 추이 및 결정요인 분석: 고용형태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2023년 기준 13.50%로 전년(17.26%)보다 3.76%포인트(p) 하락했다.
2023년 정규직 전환율은 2011년(19.29%)과 비교하면 5.79%p 낮은 수준이다.
보사연은 한국복지패널조사를 기반으로 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과 비정규직 유지율 등을 산출했다.
반면 비정규직이 다음 해에도 비정규직으로 남는 비율은 2023년 71.17%로 전년(65.93%)보다 5.24%p 상승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10명 중 7명 이상은 다음 해에도 비정규직에 머무른 셈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도 2023년 11.43%로 전년(10.07%)보다 1.36%p 높아졌다.
중소기업에서 중견·대기업으로의 이직길도 좁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300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이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으로 이동한 비율은 2023년 6.06%로 전년(6.94%)보다 0.88%p 하락했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 비정규직이 같은 규모 사업장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2023년 16.78%로 전년(15.92%)보다 0.86%p 상승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대기업 정규직 이동은 감소하는 반면 대기업 내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규직 유지 집단에서도 기업 규모 간 이동은 제한적이었다. 300인 미만 사업장 정규직이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으로 이동한 비중은 2023년 6.46%로 전년(5.62%)보다 0.84%p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23년 기준 정규직 유지 집단 중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계속 정규직을 유지한 비율은 54.25%,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계속 정규직을 유지한 비율은 33.69%였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 근로자 현황조사에서는 2024년 말 기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8.6%에 불과했다.
임완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3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으로 이동한 비중도 최근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 생애주기별 일자리 상향 이동 가능성의 축소,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일자리 및 소득 격차의 고착화 등이 사회 이동성 저하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은 학력과 성장 배경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패널 로짓 분석 결과 고졸 미만 학력자를 기준으로 대졸자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나타내는 계수는 0.733으로 분석됐다. 대학원 졸업자는 0.586, 고졸자는 0.278로 나타났다.
남성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나타내는 계수는 0.496으로 여성보다 높았다.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계수는 0.389로 30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보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았다.
근속기간이 길수록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작아졌다.
어린 시절 경제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아동기 경제 수준을 '가난'하다고 응답한 사람과 비교해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더 높았다. 관련 계수는 0.159였다. 다만 아버지의 교육 수준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학력 수준과 기업 규모에 따라 정규직 전환 가능성에 차이가 나타나는 만큼 상향 이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학력과 기업 규모에 따른 상향 이동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업의 정규직 전환 부담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취업지원제도처럼 구직활동을 지원하면서 소득도 보장하는 제도를 강화해 노동시장 내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 연구위원은 "과거 아동기의 경제적 수준이 미래의 고용 형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러한 고용 형태는 소득이동 및 사회이동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적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며 "사회 이동성 제고로 계층 사다리 유지 및 기능 제고 차원에서 소득보장 등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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