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 3%대 물가…유가 잡혀도 '환율·이상기후' 하반기 부담 계속
6월 소비자물가 3.2%, 2년6개월만 최고…석유류·농축산물 동반상승
고환율 압박 더해 유가 불씨도 여전…여름철 날씨·기저효과도 변수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치솟은 국제유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까지 들썩이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와 대규모 할인 지원으로 상승세를 억누르고 있지만, 근원물가와 생활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하반기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는 하나 전쟁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데다, 환율 상승과 여름철 농산물 수급, 지난해 기저효과 등 변수들이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물가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전월(3.1%)보다 0.1%포인트(p) 확대된 수치로, 2023년 12월(3.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3월 2.2%, 4월 2.6%, 5월 3.1%로 상승 폭을 키워왔고,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지난달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24.7% 뛰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7월(35.2%)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전 합의가 이뤄진 이후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데다 지난해 기저효과까지 겹친 영향으로,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7% 각각 올랐다.
농축수산물도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전월(2.2%)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수산물은 정부의 비축 물량 방출 효과로 상승률이 5월 5.0%에서 6월 3.7%로 둔화하며 2025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농산물이 상승 전환하면서 전체 오름폭을 끌어올렸다.
5월 일교차 확대로 봄철 대파 재배 면적이 줄고 생육이 지연되면서 파 가격은 전월 15.7%에서 이달 37.1%로 두 배 넘게 뛰었고, 배추도 지난달 8.9% 하락에서 이달 1.4% 상승으로 돌아섰다.
축산물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돼지열병 등 가축전염병 영향이 이어지면서 6.2% 올라, 지난 3월(6.2%)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국산쇠고기가 7.5%, 쌀이 11.7%, 돼지고기가 4.5%, 달걀이 10.3% 각각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흐름도 심상치 않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항공료, 승용차 임차료 등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대형 승용차·컴퓨터 등 내구재 가격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이를 상쇄한 결과다. 컴퓨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2.2% 올랐는데, 최근 몇 달째 반도체 가격 상승 여파로 매월 오름폭이 커지는 추세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며 "민생물가 안정대책의 과제들을 신속하게 집행함으로써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데 전부처가 총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지난달 물가를 0.4%포인트(p) 낮췄다고 추산했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6월 물가 상승률은 3.6%에 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고가격제를 통해 석유류 가격을 누르는 동시에 농축수산물도 할인 지원 등을 통해 관리에 나섰다. 오는 7~8월 중 역대 최대 규모인 3500억 원 상당의 농축수산물 전 품목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가격이 강세인 계란은 신선란 2억 개를 997억 원 규모로 추가 수입하는 등 공급 안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물가 압력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5월 배럴당 103.2달러까지 올랐다가 이날 기준 65.7달러까지 안정된 상황이다. 종전 합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항행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 당분간 유가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환율도 물가 전망을 흔드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지난 1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5.5원 오른 1554.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5일(156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증시 매도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로 달러 가치가 오른 영향이다. 환율이 오르면 국제유가가 내려가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수입 비용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어,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를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 역시 이미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계속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5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8%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8.5% 상승해 2022년 7월(9.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이 수입 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이되기까지 최소 2~3개월은 걸린다"며 "유가가 당분간 계속 떨어지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까지 물가가 되돌려지려면 연말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철 기상 여건도 변수다. 지난달 물가 상승을 견인한 파·배추 등 채소류는 생육 기간이 짧아 날씨에 민감한 품목이다. 통상 폭염과 장마가 겹치는 7~8월에는 출하량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소류 가격이 출렁이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올여름 이상기후 여부에 따라 농산물발(發) 물가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저효과도 눈여겨봐야 할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유독 낮았다. 당시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요금 등을 대폭 할인해주면서 물가가 크게 내려간 영향이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8월 물가는 기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3%를 넘길지 여부는 말하기 어렵지만 기저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 물가안정 대책의 영향으로 6월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하방 압력을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 확대가 상쇄하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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