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강 2단계 하반기 착수…전기차보조금·업추비 조건부 집행"

사후 감사서 사전 조건으로…국고금 오남용 원천 차단
"토큰화 한국, 유럽보다 2년 앞서"…ECB 포럼서 논문 발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6.17 ⓒ 뉴스1 구윤성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하반기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 착수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과 공공부문 업무추진비에 조건이 미리 설정된 디지털 화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해진 사용처와 기간을 벗어나면 애초에 결제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후 감사·환수에 의존해 온 지금의 국고금 관리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1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중앙은행 포럼'(신트라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합원장의 실제 구현: 프로젝트 한강의 교훈' 논문을 발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 같은 조건부 지급 방식은 화폐에 사용조건과 실행규칙을 담는 '토큰화' 기술을 국고금 집행에 적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추진비를 지정된 식당에서, 정해진 기간에만 쓸 수 있도록 조건을 화폐 자체에 걸어두면 조건을 벗어난 곳에서는 결제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식이다.

아울러 2단계에서는 참가은행을 7개에서 9개로 늘리고 생체인증, 예금과 예금 토큰 간 자동 전환 등 편의 기능도 추가한다.

한은은 국채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자산의 토큰화와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한 국경 간 연계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채를 디지털화폐 시스템에서 직접 발행·유통하면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지고, 담보 자산 관리도 스마트 계약으로 자동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고라는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스위스 등 5개 기축통화국과 한국, 멕시코, 캐나다 등 8개국 중앙은행과 민간기관이 참여해 국경 간 지급결제 효율성 개선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신 총재는 발표에서 "프로젝트 한강은 화폐의 다음 진화 단계인 토큰화를 추상적 구상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구현한 선도적 사례"라며 "유럽중앙은행이 유사한 청사진을 2028년 제시할 예정인 점에 비춰 한국이 유럽보다 약 2년 앞서있다"고 밝혔다.

이어 "토큰화라는 전환기에 선 지금,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가운데 철저한 준비와 선제적 혁신으로 미래 화폐제도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큰화의 기대 효과에 대해서는 "화폐와 자산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더하면서도 중앙은행 화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재정집행 비용 절감과 의도치 않은 사용의 사전 방지, 국채 등 자산의 토큰화와 연계한 금융 인프라 혁신 및 디지털자산 시장의 건전한 성장 뒷받침,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 제고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신 총재는 토큰화된 돈과 자산이 함께 작동할 무대로 '통합원장'을 제시했다. 통합원장은 중앙은행 돈과 은행 예금, 국채 같은 자산을 모두 디지털 형태로 바꿔 한 플랫폼 위에 함께 올려두는 방식이다.

현행 결제시스템에서는 돈과 자산이 오가는 시점이 어긋나 한쪽이 먼저 돈이나 자산을 건넸다가 상대가 약속을 못 지키면 손해를 볼 수 있는데, 통합원장에서는 돈을 주는 것과 자산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 동시에 처리돼 이런 위험이 사라진다. 최종 결제도 항상 중앙은행 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느 은행을 통하든 같은 액수는 같은 가치로 통한다.

한편 프로젝트 한강 1단계 실거래는 지난해 4~6월 진행됐으며, 약 8만 명의 일반 이용자가 참여해 예금 토큰으로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다. 지자체와 협력한 프로그래밍 기반 디지털 바우처도 실제 거래에 활용됐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중앙은행 화폐를 디지털화폐 시스템에 발행하고 예금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구축해 실거래 검증까지 마쳐, ECB의 '아피아' 구상 대비 앞서 있다.

스위스가 6개월가량 중앙은행 화폐를 블록체인에 발행한 사례는 있지만 통합원장 방식은 아니었으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실거래는 한국이 세계 최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