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반도체에 '원전 4.5기급 전력·65만톤 용수' 공급…성패는 '실행 속도'

정부, 서남권 팹 4기 맞춤형 전력 6.3GW·용수 65만톤 '패키지 공급'
'전기국가' 적용 지역 전력-소비 연결…"물부족·송전망 지연 해결 과제"

광주 시민들이 29일 광주 KTX송정역에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의 이재명 대통령의 투자 발표 생중계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6.6.29 ⓒ 뉴스1 김태성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이강 기자 = 정부가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면서 전력 6.3기가와트(GW)와 하루 65만 톤 규모의 용수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이는 대형 원자력발전소 약 4.5기 규모의 전력 수요와 2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물 사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가 차원의 초대형 에너지·수자원 공급 프로젝트다.

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경쟁의 핵심이 사실상 '전력 확보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재생에너지·원전·송전망·에너지저장장치(ESS)·산업 수요를 통합한 이른바 '전기국가' 체계를 서남권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전력 생산–송전–저장–활용 전 주기를 국가 인프라로 재편하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상이 전력과 용수를 산업 입지 단계에서 함께 설계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는 있다고 보면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안정성, 수자원 확보의 지속 가능성, 송전망 구축 속도 등은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검증이 필요한 변수라고 지적한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전력·용수 '패키지 공급' 본격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9일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6.3GW 전력과 65만톤의 용수를 적기에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개별 인프라 확충이 아닌 전력·용수·산업 수요를 통합한 '패키지형 기반 인프라 전략'으로 규정했다.

서남권 전력 공급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원 믹스를 기반으로 하되, 345kV 변전소 확충과 송전망 지중화, 접속선로 신속 구축 등을 통해 계통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을 확충해 전력 계통 안정성도 확보한다.

'전기국가' 전환…AI 데이터센터·전력시장 구조까지 재편

정부 전략의 핵심은 전력 인프라 확충을 넘어 생산–송전–저장–활용을 통합하는 '전기국가' 체계 구축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와 함께 산업단지를 직접 연결하는 '지산지소형 전력체계'를 도입해 지역 생산 전력을 지역 소비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AIDC)도 핵심 수요 산업으로 포함된다. 정부는 345kV 변전소 정보를 공개하고, 비수도권 AIDC에 대해서는 계통영향평가를 신속 처리하기로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ESS·VPP(가상발전소)를 결합한 실증 모델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미래 에너지 산업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를 도입해 첨단산업의 지방 분산을 유도한다.

전력시장 구조 개편도 병행된다. 2026년 하반기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과 함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를 직접 연결하는 전력거래 플랫폼이 구축된다. 또한 VPP와 배전망 운영사업자(DSO) 등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통해 전력 산업을 공급 중심에서 플랫폼 기반 구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용수 공급은 다목적댐 여유 수량, 수계 조정, 발전·농업용수 전환, 도수관로 구축, 하수 재이용 및 댐 증고 등을 결합한 다중 수자원 체계로 구성된다. 하루 65만 톤 규모 공급을 목표로 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리스크에도 대응 가능한 구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9일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광주 첨단3지구가 AI 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와 연구산업복합단지 조성을 목표로 한참 개발중이다. 2026.6.29 ⓒ 뉴스1 김태성 기자
용인 클러스터 병행 지원…전국 단위 산업 인프라 재편

정부는 서남권과 함께 수도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인프라 확충도 병행 추진한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약 15GW 전력과 하루 150만 톤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며, 강원 동해안과 충남 서해안 발전원을 연결하는 송전망과 한강 수계 활용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단일 거점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며 지방 분산형 첨단 거점 구축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이번 서남권·용인 투트랙 전략은 반도체와 AI 산업 경쟁이 결국 전력 인프라 경쟁으로 수렴하는 상황에서 국가 산업 기반 자체를 재설계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전기 인프라가 산업 경쟁력 좌우"…실행력은 과제

전문가들은 서남권 모델이 용인과 달리 입지 단계에서부터 전력과 용수를 패키지로 설계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산업단지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가능성, 재생에너지 변동성, 송전망 건설 지연 등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성패는 계획 자체보다 송전망 구축, 수자원 재배분, ESS 확충 등 복합 인프라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전력·인력·용수 모두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전력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LNG 발전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용수 문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며 "5년 뒤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도 "패키징은 메모리 제조보다는 물 사용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6.3GW 전력과 65만톤 용수는 신규 팹 4기에는 적절한 규모”라면서도 “실제 이행 가능성과 지역 수용성 확보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