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은행 부실여신 17.7조…중소기업 부실이 60% 육박"
조선·해운 구조조정기 때와 달리…중기·서비스업에 집중
지난해 부실채권 매각 8.2조…"선제적 리스크 관리 필요"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국내 은행권의 부실여신(고정이하여신) 규모가 17조 원을 넘어섰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업종 전반에서 부실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은 부실채권(NPL) 매각을 중심으로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향후 금리 상승과 경기 부진이 겹칠 경우 부실이 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국내은행 부실여신의 증가 배경 및 정리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부실여신 규모는 지난 2022년 9월 말 9조 7000억 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뒤, 증가세를 이어가며 올해 3월 말 기준 17조 7000억 원까지 확대됐다.
이번 부실여건 확대기는 직전 부실 확대기였던 2015~2016년과 성격이 다르다. 당시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 중심의 부실이 늘어났지만, 최근엔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
차주별 비중을 보면 중소기업은 58.9%로 가장 높았고, 대기업은 20.5%, 가계는 19.6%였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비중이 52.0%로 가장 높았으며 제조업 32.1%, 건설업 6.2%, 조선·해운업 4.3%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부실여신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직전 확대기에는 부실 규모가 컸던 대기업 여신 정리가 중심이었던 반면, 이번 확대기에는 중소기업 여신 정리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중 중소기업 여신 정리 규모는 14조8000억 원으로 전체 정리 규모(22조3000억 원)의 66.4%를 차지했다.
정리 방식에도 변화가 확인됐다.
직전 확대기엔 채권단 주도의 기업성장화 과정에서 채권조정과 자체 회수·상각 비중이 컸지만, 최근엔 매각이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매각을 통한 부실여신 정리 규모는 8조 2000억 원으로 전체의 36.7%를 차지했다. 상각은 6조 원으로 27.4%, 여신 회수는 4조 5000억 원으로 20.4% 수준이었다.
한은은 은행들이 급증한 부실여신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절차가 복잡한 채권재조정이나 자체 회수보다 매각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부실이 담보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늘면서 비담보 채권 처리에 주로 활용되는 상각보다 매각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과 장기 투자 여력을 갖춘 NPL 전문 투자사들이 은행권의 매각 물량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된 부실채권 구성을 보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개인 차주 비중은 2015년 22.8%에서 지난해 41.5%로 확대됐다. 담보는 공업용 자산은 줄고, 상업용·주거용 부동산 비중은 늘었다.
한은은 "적극적 부실여신 관리는 자산건전성 개선에 기여한다"면서도 "다만 향후 시장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업황 부진과 상환능력 회복 지연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여신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NPL 투자사의 매입 수요 축소 등으로 부실여신 정리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은 정리 방식을 다양화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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