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건설·부동산·도소매, 금융 리스크 전이 유의"…비은행권도 위험
취약 3업종 대출 비중 11.6%…건설업, PF 우발채무 현실화에 연체율 높아
도소매·부동산 대출 비중 36.5%·연체율 평균 상회…"자산건전성 관리 필요"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건설·부동산·도소매업의 업황 부진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번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 업종은 기업대출 내 비중이 크고 연체율도 높은 데다, 비은행권 대출 의존도도 높아 부실이 확대될 경우 취약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24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업종별 대출 비중과 연체율 등을 고려할 때 건설, 부동산 및 도소매 등 업종에서 금융기관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반도체와 조선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업종은 구조적·일시적 요인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며 업황 악화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부문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전체적으로 최근 10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업종별 격차는 컸다. 운송장비와 전기전자 업종은 매출액 증가율과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모두 과거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과거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도소매업은 수익성 부진이, 부동산업은 성장성 저하가 두드러졌다.
한은은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을 '취약 업종'으로, 도소매·부동산을 '주의 업종'으로 분류했다. 취약 업종은 최근 2~3년간 성장성과 수익성 부진이 연속적으로 심화했고, 주의 업종은 수년간 실적 정체 또는 소폭 부진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은 지방 부동산시장 부진과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이 수익성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혔다. 석유화학과 금속제품은 중국발 공급과잉, 대내외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업종의 부진은 채무상환능력 저하로도 연결됐다.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의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2022~2023년 급락해 현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소매와 부동산업도 과거부터 이자보상배율이 높지 않았던 데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취약 3업종의 기업대출 비중은 약 11.6%로 집계됐다. 석유화학과 금속제품은 이자보상배율이 급격히 하락했음에도 연체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융기관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건설업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우발채무 현실화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은은 건설업의 기업대출 비중과 연체율을 고려할 때 금융기관에 미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봤다.
도소매와 부동산 등 주의 업종의 기업대출 비중은 36.5%에 달했다. 이들 업종의 연체율도 전체 기업대출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비은행권 대출 의존도가 높아 부실이 확대될 경우 일부 취약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빠르게 파급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구조적 요인으로 실적이 저하된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 업종에 대해서는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구조조정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한편, 필요시 유동성 부담을 덜기 위한 금융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소매와 부동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익스포저 규모가 크고 연체율도 높은 만큼 각별한 자산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전자 업종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조선업은 수급 불일치에 따른 높은 경기순환 변동성을 각각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안정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취약부문의 부실이 늘어나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레버리지 자산 투자도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불균형이 누증되는 가운데 경제 각 부문에 걸친 양극화 심화가 금융안정에 잠재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은 물가 상승 압력, 경기 흐름 및 금융안정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레버리지 투자, 비은행 부문 유동성 등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은 비은행 부문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함께 업권 간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 금융권 상호연계성에 대한 점검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불균형 누증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의 거시건전성정책 공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필요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관련 정책 대응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취약부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양극화 해소와 구조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대응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위원은 "그간 부실이 크게 늘어났던 부동산PF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도모해 나가는 한편, 우리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상환능력에 따라 금융지원과 채무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단계별로 금융·산업·고용·복지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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