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양도세 손질 윤곽…공정가액비율 대폭 상향·장특공제 축소 유력

보유세·양도세 동시 인상에 다주택자·등록임대 '핀셋 증세' 거론
"전세 월세화 부추길 수도"…전월세 시장 불안 가중 우려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보유세, 양도소득세 관련 안내문. 2026.6.21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잇따라 '부동산 과세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7월 세제개편안에 담길 보유세·양도세 강화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시장에선 매물 잠김이나 전월세 시장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과세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도체 성과급·수출대금 유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는 진단이다.

7월 말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보유세·양도세 손질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 역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보유세가 선진국보다 낮다며 보유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가액비율 80%로 올리나…비거주 1주택 장특공제 손질 유력

먼저 가장 유력한 보유세 강화 방안은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꼽힌다.

종부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이 비율을 곱해 정하는데, 시세가 급등락할 때 세 부담이 한꺼번에 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60~100%에서 정부가 시행령만 고쳐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2018년 80%였던 이 비율은 2021년 95%까지 올랐다가 2022년 60%로 다시 내려간 뒤 줄곧 같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정부는 이 비율을 80%대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지역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부활 여부도 거론된다. 한때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도 3주택자와 같은 수준(일반 세율의 2배)으로 중과됐지만, 지금은 다주택자 세율 자체가 낮아지면서 구분이 사라진 상태다. 다만 중과 대상을 다시 넓히려면 법을 고쳐야 해 국회 문턱을 넘는 게 변수다.

초고가 1주택자를 별도로 겨냥하는 방안도 검토선상에 있다. 현재 0.5~2.7% 사이 7단계로 나뉜 1주택 종부세율 중 최상위 구간만 따로 올리거나, 그보다 높은 구간을 새로 만드는 방식이 언급된다.

양도세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가 손질 1순위로 꼽힌다. 현행 제도는 거주 요건은 2년만 채우고 10년 넘게 보유만 하면 거주·보유 공제율을 합쳐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깎아주는 구조다. 정부는 실거주 없이 보유만 한 기간에 대한 공제 폭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임대 아파트에 걸려 있는 세제 혜택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1일 엑스에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인용해 서울에서 의무임대기간이 끝나 등록이 말소된 개인 등록임대 아파트가 2만 7000여 호이고, 이 중 양도세 신고분(2000여 호)을 빼면 2만 5000여 호가 여전히 매물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사실 팔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다주택 양도세 중과도 영구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더 유리하게 적용받는 파격적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2028년까지 자동말소될 서울의 등록임대 아파트도 약 4만 3000호"라며 "제도 개선이 없다면 이들도 유사한 매물잠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도 지난 2월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 등록임대주택 약 30만 호(아파트 약 5만 호)가 취득세·재산세·종부세 감면과 영구적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을 받는데,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다른 혜택은 사라져도 양도세 중과 제외만 계속되는 건 불공평하다는 취지다.

재경부 관계자는 보유세·양도세 개편 방향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대한민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허경 기자
보유세·양도세 동시 인상 우려…"전월세 시장으로 전가 가능성"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유세뿐 아니라 양도세까지 함께 강화하는 방향에 우려를 나타낸다.

보유세를 높여 매물을 끌어내려면 양도세는 낮춰 팔 길을 터줘야 하는데, 동시에 인상을 하면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가 차라리 안 팔고 버티는 쪽을 택할 수 있다. 늘어난 보유세를 임대료로 떠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시장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령층 등 고정 소득이 부족한 임대인일수록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메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월세 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피해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떠안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의 실제 처분을 유도하면서도, 전월세 시장 불안까지 함께 잠재울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양도세와 보유세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는 임대료 인상으로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 개편은 시장 안정 효과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 부담 전가 우려와는 별개로 최근 전월세시장 동향과 관련 문제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