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MR 본궤도…'AI 전력' 400조 시장 승부처는 안전·경제성
AI가 불붙인 SMR 대전…글로벌 70여 종 노형 치열한 각축
기장 부지 확정으로 '레퍼런스' 확보…다음 관문은 표준설계 인가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한국 최초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부지가 확정되면서 한국형 SMR 상용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국내 최초 SMR 실증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향후 수출의 핵심 전제 조건으로 꼽히는 운영 레퍼런스 확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원전 수출은 기술력뿐 아니라 실제 건설·운영 경험이 안전성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SMR은 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차세대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40년 최대 3000억 달러(약 400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산 기장 부지 선정을 시작으로 한국형 SMR(i-SMR)의 표준설계 인가와 건설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30년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MR 경쟁의 핵심이 기술력뿐 아니라 안전성과 경제성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한수원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SMR 1기 건설 후보 부지로 부산 기장군이 선정됐다.
이번 부지 선정으로 한국은 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의 설계 개발에 이어 실증 부지까지 확보하게 됐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출력 규모는 작지만, 설계 단순화 등을 통해 잠재적 위험성을 줄인 차세대 소형 원자로다.
주요 설비를 공장에서 표준화된 모듈 형식으로 생산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설치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모듈을 추가로 설치하거나 일부만 가동해 전력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i-SMR은 모듈당 최대 170메가와트(㎿)급 전기 출력을 목표로 설계된 노형으로, 부산 기장에는 4개 모듈을 묶은 약 700㎿ 규모의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 대형 원전은 전력 수요 변화에 맞춰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데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i-SMR은 4개 모듈 가운데 2개 또는 3개만 선택적으로 가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SMR은 주요 구성품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운송·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어,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전력 공급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또한 대형 원전에 비해 필요한 부지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부지 확보 용이성과 발전 유연성을 바탕으로, SMR은 데이터센터·산업단지 등 제한된 공간에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서 차세대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SMR을 데이터센터 인근에 설치하면 전력 수급 관리가 수월해질 뿐 아니라, 장거리 송전망이나 대규모 변전설비를 추가로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도 주변 계통 여력이 부족해 가동이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AI 시대에는 발전·송전 인프라 확충이 최대 병목이자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의 60% 이상은 아직 착공조차 되지 못한 상태고, 이미 착공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상당수가 전력망 연결 지연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
전력망과 소비지 사이 거리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AI 인프라 경쟁 요소로 부상하며 SMR의 효용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SMR 시장이 2040년까지 연평균 20%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며 최대 3000억 달러(약 400조 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SMR 시장 잠재력에 주목해 세계적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70종 안팎의 SMR 노형이 개발 중이다. 이중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소형 원자로를 운전 중이나, 글로벌 SMR 시장은 아직 초기 상용화 단계로 평가된다.
이번 부지 선정으로 한국이 상업 운전에 한발 가까이 다가갔지만, 글로벌 경쟁 대응의 핵심은 '경제성과 신뢰성 확보'로 꼽힌다.
실제 SMR 산업에서는 기술력 못지않게 경제성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사례도 있다.
미국의 뉴스케일의 첫 SMR 발전소 프로젝트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허가로 관심을 모았으나 2023년 11월, 비용 급등과 전력구매자 부족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i-SMR의 건설 단가 목표치는 킬로와트(㎾)당 3500달러다. 한국의 주력 원전 수출 모델인 APR1400의 설계·수출 기준 건설단가는 ㎾당 약 2300달러로 알려졌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kW당 건설비가 높은 구조인 만큼, 경제성 확보의 관건은 이 단가 차이를 얼마나 줄이느냐다. 여기에 더해 공장 제작을 통한 공기 단축, 입지 제약 완화, 부하 추종 등 '유연성 프리미엄'이 대형 원전 대비 높은 건설 단가를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SMR의 건설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모듈형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표준화된 형태로 '찍어내듯' 제작하는 특성을 살려 양산 체계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이에 맞는 안정적·효율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이러한 반복 건설·양산 체계를 염두에 두고 i-SMR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표준설계 인허가를 신청해 심사받고 있다.
표준설계 인허가를 받으면 해당 설계가 안전성·신뢰성을 갖춘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 인증받는 것으로, 이후에는 동일 설계의 SMR을 여러 부지에 반복 건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실제 표준설계 인가는 안전성 검증뿐 아니라 동일 설계의 반복 건설과 공급망 표준화를 가능하게 해 향후 수출 경쟁력 확보의 기반으로 평가된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i-SMR 표준설계인가를 위해 사업단 측과 소통하며 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i-SMR은 기존 경수로형 원전과 유사한 만큼 부산 기장 건설을 위한 인허가 심사의 제도적 기반도 기존 제도를 활용해 마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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