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품목 19% 두자릿수 급등…하반기 '소비자물가 전이' 경고등
5월 생산자물가 886개 품목 중 63.9% 전년 대비 가격 상승
생산자물가, 시차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상방압력 심화 전망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지난달 생산자물가 조사 품목 중 약 64%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류와 화학제품, D램 등 컴퓨터·전자 부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가 확대됐다.
특히 전체 품목의 약 19%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반영되면서 생산 단계 전반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로 꼽힌다. 최근 에너지·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향후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9.8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8.5% 올라 지난 2022년 7월(9.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표시된 886개 품목 중 566개(63.9%)의 가격이 올랐다.
특히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상승률의 품목도 169개(19.1%)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D램(445.4%), 컴퓨터기억장치(223.2%), 플래시메모리(223.1%) 등 컴퓨터·전자 관련 품목이 상승률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또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트유(150.5%), 경유(63.2%), 등유(61.9%), 휘발유(47.0%), 아스팔트(47.3%) 등 석유 관련 품목도 상위권이었다.
아울러 △솔벤트(239.6%) △부타디엔(80.5%) △나프타(80%) △에틸렌(59.6%) △디니트로톨루엔(82.9%) △아크릴로니트릴(69.6%) △아세톤(66.8%) 등 화학 제품의 상승률도 높았다.
지난해 5월과 가격 변동이 없었던 품목은 173개로 전체의 19.5%다.
반면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가격지수가 하락한 품목은 전체의 16.6%(147개)에 불과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석탄 및 석유 제품, 화학 제품 등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는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기업(생산자) 간에 거래되는 가격을 말한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3월 1.7%, 4월 2.7%, 5월 0.8%로 매달 오름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월 4.1%, 4월 7.2%, 5월 8.5%로 상승 폭이 커졌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1월과 2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 상승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발생한 중동 전쟁 여파에 따라 3월(2.2%), 4월(2.6%), 지난달(3.1%) 연속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핵심 선행지표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1~3개월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향후 소비자물가의 상방압력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더라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3% 안팎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석유류 가격은 전쟁 상황이 완화되면서 완만하게 낮아지겠으나, 고유가·고환율로 높아진 비용 측 가격 인상 압력이 석유류 외 품목으로 점차 파급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는 3% 내외, 근원물가는 2% 중후반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소비자물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에너지 공급망이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고 유가가 안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누적된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뿐 아니라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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