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계기업 비중 1%p 늘면, 정상기업 성장률 최대 0.18%p 하락"
한계기업 25% 퇴출하면 생산성↑…부실 전이 우려는 과제
퇴출만이 능사 아냐…정상기업 보호장치 병행 필요성 제기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국내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정상기업의 투자·고용·생산성·수익성을 떨어뜨리는 '혼잡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는 소규모 비외감기업에 집중됐다.
다만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이지만, 일부 정상기업으로 부실이 전이될 가능성도 있어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경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5일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표본을 5년 이상 관측된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도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분석 결과 기업 수 자체는 비외감 한계기업이 외감 한계기업보다 많았다. 그러나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외감 한계기업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 대비 비중은 외감 한계기업이 4.7%로 비외감 한계기업(2.3%)의 두 배 수준이었다. 금융부채 비중 역시 외감 한계기업이 더 높았다. 반면 비외감 한계기업 비중은 장기간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p) 상승할 경우 동일 산업 정상기업의 투자·고용·성장률은 약 0.14~0.18%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부정적 효과는 2~3년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피해가 대기업보다 소규모 기업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비외감기업 가운데 규모가 작은 정상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측면에서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계기업 정리가 경제 전반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한계기업의 25%가 퇴출될 경우 경제 전체 총요소생산성(TFP)은 0.2%, 부가가치는 0.3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시장에서 정리되면서 자원 배분 효율성이 개선되는 효과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확인됐다. 거래관계로 연결된 기업들 사이에서 부실이 전이되며 일부 정상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에서는 한계기업 퇴출 과정에서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태 연구원은 "따라서 정책 방향은 무조건 한계기업을 빨리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적시에 정리하되 그 과정에서 정상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안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한계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정상 기업에 대해선 유동성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며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현재 존재하는 매출채권보험 활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도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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