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 숨통 트인다…'미·이란 종전'에 韓경제 반등 청신호

국제유가 80달러 초반 급락…시차 두고 국내 물가도 하향 안정 예고
중동리스크 해소에 환율 부담 완화…수출 탄력에 올해 성장률 상향 기대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5.8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이철 노민호 기자 = 중동전쟁이 발발 107일 만에 종전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중동발 불확실성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진정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가격과 환율,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 전반이 한층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안정이 제조업 원가 절감과 수출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어질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하락, 국내 물가에 직접 영향…하반기 안정세 전환 전망

미국과 이란은 14일(현지시간)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하고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국이 각각 종전에 합의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우리 경제 성장의 최대 변수로 꼽혀온 중동 리스크도 조만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경우 각국의 원유 운반이 재개되면서, 그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양국이 종전에 합의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크게 떨어졌다. 15일 오전 기준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3.3% 하락해 배럴당 84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4% 하락한 배럴당 81달러를 나타냈다.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최근 상승세를 이어왔던 국내 소비자물가 역시 점차 안정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1월과 2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 상승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발생한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3월(2.2%), 4월(2.6%), 지난달(3.1%) 연속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원유 가격 하락은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LNG 등 가스 수입 비용도 연동돼 하락하게 된다.

2차 파급효과도 있다. 유가 하락은 물류비, 운송비 하락으로 이어져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공업제품 전체의 유통 비용을 낮춘다. 이는 식음료 및 서비스 물가 전반에도 간접 영향을 미친다.

통상 국제유가는 국내 소비자물가에 2~3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이에 따라 올해 2%대 후반이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이 얼마나 낮아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2월 전망) 2.2%에서 2.7%로 0.5%포인트(p)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라며 "국내로 들어오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2~3개월 시차를 갖고 전반적으로 물가의 하향 쪽으로 작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2026.6.11 ⓒ 뉴스1 김성진 기자
안전자산 선호 줄어든다…환율, 실제 종전 시 1400원대 전망도

미국·이란 전쟁이 종료 수순을 밟으면서, 그간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였던 고환율 현상도 일정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리스크라는 위험 요인이 사라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은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이 하락 안정 기조로 돌아서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 주식 및 채권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자본 유입은 원화 가치를 더욱 견고하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매달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달러를 결제하는 국가다.

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 수입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줄어들게 되며,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 우위(원화 수요 증가) 환경을 조성해 달러·원 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주에 스페이스X 상장도 마무리되고, 미국·이란이 종전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며 "환율이 내려갈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쟁이 종료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상 요인이 사라지면,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환율에도 부담을 덜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전쟁이 끝난다면 즉시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 동결을 장기화하거나 인상 시기를 늦추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원유 수급난 해결에 수출 탄력 전망…성장률 추가 상향 분석도

중동 전쟁 종료로 원유 수급난이 해소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8% 성장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었다.

경제 성장은 역사상 최대 호황기를 맞은 수출이 이끌었다. 1분기 수출액은 219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4월(858억 9000만 달러)에 이어 지난달에는 877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해 월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해협 개방으로 각국의 원유수송선이 정상 운항을 재개하게 되면, 가장 큰 문제였던 원유 수급 불안이 해소되면서 수출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유 공급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정세 안정이 곧바로 국내 제조 대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직결된다.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생산 비용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제품 마진 개선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산업군의 수출 경쟁력까지 강화되면서, 올해 2%대 중후반으로 예상되는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성장률을 각각 2.6%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로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한은은 지난달 제시한 낙관 시나리오에서 미국과 이란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재개되는 경우를 가정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각각 0.1%p씩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미 해외 투자은행(IB) 중에서는 3%대 성장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3.1%로 1.2%p 올려 가장 큰 폭으로 조정했다. 씨티도 2.9%에서 3.0%로 높였고, JP모건도 3.0% 성장 전망을 유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전이 이뤄지면 해상 운송료에 하방 압력이 발생하면서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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