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국제차관보 12일 방미…美재무부와 환율·대미투자 논의 전망
문지성 국제차관보 워싱턴행…1500원대 환율 상황 공유할 듯
3500억달러 투자 집행 앞두고 시기·규모 조정 가능성도 거론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재정경제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한다.
최근 외환시장 상황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 과정에서 환율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8일 한미전략투자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대미 투자 집행 시기와 규모 조율 문제가 의제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환율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대규모 달러 조달이 국내 외환시장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지난해 한미 양국이 합의한 '외환시장 안정' 조항을 근거로 투자 속도 조절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지성 국제차관보(국제경제관리관)는 12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와 회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재무 당국 간 상시 협의 채널과 별도로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인사가 직접 방미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회동에서는 대미 투자와 외환시장 상황에 대한 양국 간 견해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서 등락하는 만큼, 문 차관보는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상황을 설명하고 대미 투자 집행 과정에서 환율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최근 원화 약세 흐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구두 개입과 시장 안정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문 차관보는 이러한 조치의 배경과 필요성을 미국 측에 설명하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대미 투자 이행 과정의 변수로 커지지 않도록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한미전략투자특별법 시행 이후 본격화될 대미 투자다. 정부는 오는 18일 특별법 시행에 맞춰 한미투자전략공사를 출범시키고 대미 투자에 착수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조선,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에너지,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대미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을 갖춘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한국에 배분되는 예상 수입으로 투자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할 수 있어야 하며, 원리금 산정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개별 대미 투자 시점의 2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한미가 협의한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미국이 선정한 투자처를 평가·관리할 한미전략투자사업관리위원회 구성도 마쳤다.
문제는 환율이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10년에 걸쳐 매년 최대 200억 달러를 조달해야 한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규모 달러 수요가 추가로 발생하면 국내 외환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공개된 공동 설명 자료와 투자 양해각서(MOU)에는 외환시장 안정 관련 조항이 포함됐다. 양국은 투자 이행이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한국이 자금 조달·납입 규모와 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문서에 명시했다.
정부가 이번 방미 과정에서 최근 고환율 상황을 근거로 대미 투자 집행 속도 조절 필요성을 미국 측에 타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환율 불안이 장기화되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자체의 안정적 이행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양국이 외환시장 안정과 투자 이행을 함께 관리하는 정책 공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미 투자 집행을 앞두고 환율 안정이 한미 양국의 이해와 맞닿아 있는 만큼, 이전보다 강화된 수준의 외환시장 안정 공조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규모 달러 조달이 국내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경우 투자 이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이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요구해 온 통화스와프 체결까지 논의가 진전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그동안 통화스와프 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만큼, 이번 회동은 통화스와프보다는 대미 투자 이행 과정에서의 환율 부담과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점검하는 데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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