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식비 부담에 주식은 남 얘기"…저소득층 복권 지출 60.8% 급증

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43.8만원 적자…2019년 이후 최대 적자
"코스피 불장에도 주식 구매 어려워…진입장벽 낮은 복권 수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복권 판매점을 찾은 시민이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 ⓒ 뉴스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고물가·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주거비와 식비,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은 악화된 반면, 복권 구매를 비롯한 '불황형 소비'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과 주거비, 금융비용 등 필수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술·담배 등 기호품 소비는 줄였지만 복권 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 활황에도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권 지출 60.8% 급증…저소득층 '불황형 소비' 확산

8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복권 지출은 월평균 428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8% 늘었다.

같은 기간 3분위 가구의 복권 지출은 855원으로 15.4% 감소했고 5분위 가구도 745원으로 21.2% 줄었다. 복권 소비 증가가 전 계층 현상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통상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들이 외식이나 여가 등 일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복권 구매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필수 지출만으로도 가계에 부담이 커지면서 선택적 소비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1분위 주류 지출은 6974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감소했고 담배 지출도 1만 4843원으로 11.8% 줄었다. 먹거리와 주거비,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호품 소비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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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집세·이자 부담 확대…적자 규모도 2019년 이후 최대

이 같은 불황형 소비의 배경에는 악화된 가계 사정이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기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8만 8214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가계지출은 142만 6387원으로 4.9% 늘었다. 소비지출도 123만 510원으로 5.1% 증가하며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23만 8614원으로 3.3% 증가했다. 실제주거비는 11만 4509원으로 6.6% 늘었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따른 이자비용도 2만 4339원으로 23.9% 급증했다.

이에 따라 1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 적자액은 43만 8174원으로 201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의 부담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외된 자산 시장 대신 복권으로…'희망 심리'도 반영"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필수 지출 부담이 확대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복권에 대한 기대 심리도 커진 것으로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술과 담배까지 줄여가면서도 복권을 구입하는 것은 현재 생활이 어렵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기대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 행태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 시장 양극화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코스피(KOSPI)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이러한 흐름에 참여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접근할 수 있는 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 호황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주 등은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주식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이를 대신할 수단으로 복권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