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차·여행' 지갑 열 때, 서민 '집세·밥값' 급급…소비도 K자 양극화

1분위 생존형 지출, 소비의 42.5%…5분위는 車·여행 등 재량소비 상위권
흑자액 격차 459.9만원 '집계 이래 최대'…"성과급 쏠림 하반기 더 심화"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비 구조 격차가 확대되며 'K자형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주거비와 식비에 소비의 상당 부분을 지출한 반면, 상위 20% 가구는 자동차 구매와 여행 등 교통·여가 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를 기록했지만, 성장의 온기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소비 양극화는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소비지출 비중 저소득층은 집세·밥값…고소득층은 차·여행

2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은 주거·수도·광열(21.7%)과 식료품·비주류음료(20.8%)가 1·2위를 차지했다. 두 항목을 합하면 전체 소비의 42.5%에 달한다. 사실상 절반 가까운 지출이 주거비와 식비로 나가는 셈이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소비 비중 1위는 교통·운송(14.7%), 2위는 음식·숙박(14.1%)이었다. 신차 구매와 외식·여행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쓰는 구조다. 소비 지출의 구조 자체가 계층별로 뚜렷하게 갈린 것이다.

소비 항목별로도 절대액 격차가 컸다. 교통·운송 지출은 1분위 11만 6000원, 5분위 81만 9000원으로 7.1배 차이가 난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두분위 모두 자동차 구입이 가장 기여도가 높았고, 운송기구 연료비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락·문화 지출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1분위의 오락·문화 지출 절대액은 6만 2000원으로 5분위(41만 1000원)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1분위가 문화생활과 여가에 쓰는 돈이 5분위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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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액 격차 459.9만원 '역대 최대'…반도체發 성과급에 더 벌어질 수도

소득이 소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저소득층 가계의 재무 상황은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2.7%였지만 소비지출 증가율은 7.3%에 달했다. 번 돈보다 4.6%p 더 쓴 것이다.

이에 따라 1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155.3%로 전년보다 7.7%p 상승했다. 100원을 벌면 155원을 지출하는 구조다.

반면 5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4.2%로 소비지출 증가율(6.9%)보다 낮았지만 절대적인 소득 규모가 크다 보니 흑자액은 오히려 늘었다.

그 결과 1분위와 5분위의 흑자액 격차는 459.9만 원으로 2019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51만 9000원 적자(-18.5%)로 역대 가장 큰 적자를 낸 반면, 5분위 가구는 408만 원의 흑자(+2.6%)를 기록했다. 2~4분위 가구도 모두 흑자액이 감소하면서, 5분위만 흑자가 늘어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전년 동기(5.98배)보다 0.61배 악화됐다. 상위 20%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 가구보다 6.59배 높다는 뜻이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300인 이상 대기업 위주의 임금 상승과 성과급 지급 경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양극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산업계에서 초과이익 성과급 논쟁이 불붙은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성과급이 지급되면 추가로 소득격차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 지표는 좋지만 그 혜택이 주식이나 성과급 등을 통해 일부 계층에만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소득도 안 늘고 자산 시장 혜택도 못 본 계층은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올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반등 노력과 함께 취약계층 생계안정 지원 등 민생안정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양극화 해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