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명확" 신현송, 이창용보다 직설적…시장 "애매할 이유 없었다"

첫 간담회 메시지 비교…이창용은 데이터, 신현송은 방향성 강조
성장·물가·환율·부동산 모두 금리 인상 가리켜…"시장 금리도 기대 반영"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8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향후 금리 인상 필요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성장과 물가, 환율, 부동산 등 주요 정책 변수가 모두 금리 인상 쪽을 가리키고 있다고 판단하며 매파적 메시지를 낸 것이다.

시장에서는 신 총재의 발언이 이창용 전 총재 등 전임 중앙은행장들과 비교해도 직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 명분이 뚜렷했던 만큼 정책 방향을 애매하게 표현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첫 간담회 메시지 비교…이창용은 데이터, 신현송은 방향성 강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앞으로 상승시킴으로써 이런 여러 가지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계획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통상 중앙은행장은 향후 정책 경로가 시장에 과도하게 선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확실성과 데이터 의존성을 강조하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발언한다.

반면 신 총재는 이번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경로를 "언제 올리느냐, 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또 어디까지 올리느냐"라는 세 가지 문제로 정리했다. 이어 점도표를 두고는 "이 세 가지 질문에 좀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동결했지만,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는 3.00%를 가리킨 점이 10개로 가장 많았다. 2.75%는 7개, 3.25%와 2.50%는 각각 2개였다.

신 총재는 금통위 내부 기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과 부동산, 금융을 보나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고, 그래서 상당히 의견을 모으기가 쉬운 회의였다"며 "이번에 금리를 올리는 것도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환율 관련 발언도 강했다. 신 총재는 "이 자리를 빌려 한마디 확실히 말하면, 환율 쏠림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그만큼 수단도 있고 의지도 있으며 여러 가지 방법도 있기 때문에 그 점만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는 직전 총재인 이창용 전 총재의 첫 통화정책 기자간담회와 대비된다.

이 전 총재는 2022년 5월 첫 통화정책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인상했다. 당시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 중국 봉쇄 충격이 겹치며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진 국면이었다.

이 전 총재는 당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전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려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속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특정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6월, 7월에 나오는 자료들을 보고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장단점을 비교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전 총재가 실제 금리를 올리고도 향후 경로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면, 신 총재는 금리를 동결하고도 향후 인상 필요성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28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시장 "모든 지표가 인상 가리켜…직설 발언 가능한 환경"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신 총재의 직설적 커뮤니케이션 뒤에는 개인 화법 차이와 더불어 통화정책 여건 변화가 자리한다고 평가했다.

우해영 LS증권 연구원은 "매파적인 얘기들을 많이 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정도로 발언을 세게 했다"며 "총재의 성향이나 화법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통화정책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1~2주 전 유상대 부총재도 사실상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고 인상 사이클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며 "오늘도 소수의견이 2명 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현송 총재 입장에서는 굳이 이 부분을 애매하게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소수의견이 한 명만 나왔다면 약간의 타협점이나 모호성을 남겨두려는 제스처가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직설적인 화법을 차치하더라도 올해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고,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이상 성장하는 상황에서 인상에 대한 부분을 더 고민한다고 하면 오히려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성장, 물가, 환율 그리고 부동산까지 금리 인상을 바라보는 상황이라고 처음부터 얘기했다"며 "그렇다면 당연히 클리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이유와 올렸을 때 나빠지는 이유가 충돌하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말한 것 같다"며 "이창용 전 총재나 이전 총재들의 경우 이렇게 모든 지표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던 시기가 별로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 총재의 발언 스타일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도 했다. 그는 "성장, 물가, 환율, 부동산 등 매크로(거시경제 여건)가 항상 이렇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 총재의 화법을 판단하려면 최소 8번의 금통위는 거쳐봐야 한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