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2.6%로 올렸지만…반도체·중동 따라 '3.2% vs 1.8%' 안갯속
중동·반도체 낙관 조합 땐 3.2%…비관 조합 땐 1.8% 이하로
반도체 호황, 구조적 변화인가 사이클인가…"아직 판단 일러"
- 전민 기자,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대폭 상향하면서도, 반도체 경기와 중동전쟁 전개 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최고 3.2%에서 최저 1.8% 이하까지 크게 엇갈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이 구조적 변화인지, 일시적 경기 사이클인지조차 아직 불확실하다며, 현재 경제 상황에 '역대급'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전날(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월 전망(2.0%)보다 0.6%포인트(p) 높은 2.6%로 제시했다.
반도체·IT 수출 호조가 성장률을 0.7%p 끌어올렸지만, 중동전쟁 충격은 0.4%p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추경 효과(+0.2%p)와 증시 호황(+0.1%p)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0.5%p 시나리오 효과는 물량 증가분만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관련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와 중동전쟁 상황을 향후 성장 경로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았다. 두 변수가 동시에 낙관적으로 전개될 경우 성장률은 산술적으로 3.2%까지 높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비관적으로 흐를 경우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비관 시나리오의 경우 실제 충격이 1.8%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경기 둔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가 겹치면 수출 급감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금융시장 불안, 투자·소비 심리 위축이 서로 맞물리며 성장 둔화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물가와 성장 경로 모두 매우 불확실하며, 두 가지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분기별 성장 흐름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해 2분기 성장률을 전기대비 0.2%로 전망했다. 1분기 성장률(1.7%)이 워낙 높았던 데다 중동 전쟁 여파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역성장 우려도 제기됐지만, 기업들이 전쟁 전 확보해 둔 재고를 활용하고 정부 추경이 집행되면서 충격을 완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3분기다. 재고 대응 여력이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성장률이 전기대비 0.0% 수준에 머물며 사실상 정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종은 건설업과 석유화학이 꼽혔다.
이 국장은 "건설업에서 가장 크게 영향이 나타날 것이고, 석유화학과 이를 투입재로 쓰는 여타 부문에서도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콘·레미콘혼화제 등 석유류 의존도가 높은 건설자재 수급 차질이 건설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원유·나프타 부족으로 석유화학 생산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4분기에는 에너지 공급망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전기 대비 0.4% 수준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반도체 호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낙관론과, 결국 공급 확대에 따라 가격이 꺾이는 사이클을 반복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아직 어느 한쪽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국장은 "구조적인 변화는 사후적·역사적으로 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지속성에 대해 계속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하락 추세인 잠재 성장률을 소폭 반등시킬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지만, 현재까지는 잠재 성장률을 크게 올릴 정도의 생산성 증가를 수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성장과 마찬가지로 물가 역시 경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지만, 한은은 당분간 상방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물가 상방 압력의 핵심 원인으로 유가를 꼽았다. 고환율도 수입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지만, 현재로서는 환율보다는 중동발 유가 급등이 물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물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석유류 가격 급등의 직접 효과에 이어 하반기부터는 공업제품·서비스로의 간접 파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용준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하반기 정도부터 유가 충격의 간접 효과가 파급되기 시작하고, 내년에는 경기 개선에 따른 소득·소비 효과가 근원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근원 물가는 헤드라인보다 더 끈끈하게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도 1.8%에서 2.1%로 0.3%p 높였다. 한은은 내년 전망에 기준금리 인상 경로가 일정 부분 내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 성장 모멘텀이 견조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전망 도출 과정에서 나온 성장률과 물가에 부합하는 내재 금리가 있고, 그것은 지금보다 올라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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