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2.0→2.6% 대폭 상향…"반도체가 중동發 충격 상쇄"(종합2보)

IT수출 호조, 성장 0.7%p 끌어올려…중동전쟁 충격 0.4%p 완충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시 성장 0.5%p↓·물가 0.3%p↑…반도체 낙관 땐 성장 0.5%p↑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5.8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은행이 28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서 2.7%로 각각 대폭 상향 조정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에도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를 압도하며 성장 경로를 크게 끌어올렸지만, 고유가 여파는 물가 상방 압력을 한층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경기와 중동 정세에 따른 시나리오별 편차도 크게 벌어지면서, 낙관 시 3%대 중반 성장까지 가능하지만 비관 시 1%대 후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반도체가 성장 견인…중동 충격 0.4%p, IT 호조 0.7%p로 상쇄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 대비 0.6%포인트(p) 상향한 2.6%로 제시했다.

성장 전망이 상향 조정된 핵심 배경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의 예상보다 강한 호조세다.

한은은 이번 전망에서 IT 수출 호조가 성장률을 0.7%p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추경 효과가 0.2%p, 증시 호황이 0.1%p 성장률을 각각 끌어올린 반면, 중동전쟁 충격은 성장률을 0.4%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기별로 보면 2분기에는 반도체 수출 견조세와 추경 효과로 전기대비 0.2% 성장이 예상된다. 3분기에는 고유가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0.0%로 성장이 사실상 멈추겠으나, 4분기에는 에너지 공급망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0.4%의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앞서 한은이 4월 발표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는 전 분기 대비 1.7%였다. 한은의 2월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로,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은 기존 1.8%에서 2.1%로 0.3%p 상향 조정했다. 물가는 올해 2.7%, 내년 2.3%로 기존 전망치(2.2%, 2.0%)를 각각 크게 웃돌 것으로 재전망했다.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르는 가운데 고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서비스 가격으로 파급되면서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도 올해 2.4%로 기존 전망(2.1%)을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치(2.0%)를 0.4%p 웃도는 수치다.

월별로는 8월 통신요금 할인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올해 중 가장 높은 물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전망치(170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2500억 달러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 늘어난 영향이다.

시나리오별 성장·물가 전망. (한국은행 제공)
호르무즈 교착 땐 성장 2.1%·물가 3.0%…낙관-비관 조합 땐 3.2%↔1.8% 격차

한은은 이번 전망에서 중동상황과 반도체 경기에 대한 대안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향후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경고했다.

중동상황 시나리오에서는 기본 전제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이 현재 전쟁 이전의 10% 내외에서 4분기 중 60% 내외까지 완만하게 회복되고,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가 2분기 중 평균 103달러로 상승한 뒤 하반기에는 95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상정했다.

협상이 원만히 타결돼 통항량이 연말 80% 내외로 조기 회복되는 '조기 진정' 시나리오에서는 하반기 유가가 평균 80달러 수준까지 빠르게 안정되면서 성장률은 기본 전망 대비 올해와 내년 각각 0.1%p 높아지고, 물가는 올해 0.2%p, 내년 0.3%p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돼 연말에도 통항량이 전쟁 이전의 30~40% 수준에 머무는 '교착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하반기 유가가 120달러대 중반까지 치솟는다.

이 경우 성장률은 기본 전망 대비 올해 0.5%p, 내년 0.3%p 낮아지고, 물가는 올해 0.3%p, 내년 0.5%p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기본 전망에 적용하면 성장률은 2.1%, 소비자물가는 3.0%에 달하는 셈이다.

반도체 경기 시나리오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가속화와 피지컬 AI 시장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한층 강화되는 '낙관' 시나리오 시 성장률이 기본 전망 대비 올해 0.5%p, 내년 0.3%p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기본전망에 적용하면 성장이 3.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AI 투자 수익성 우려 등으로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조절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올해 0.3%p, 내년 0.2%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두 시나리오를 동시에 적용하면 낙관 조합(반도체 호조+중동 조기진정)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산술적으로 3.2%까지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비관 조합(반도체 둔화+호르무즈 교착장기화)에서는 1.8%까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한은은 "비관 시나리오의 조합에서는 금융과 실물 간의 부정적 상승작용이 나타나면서 성장률 둔화폭이 산술적 합계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하방 충격으로 성장이 1.8%보다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