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년 만에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최저임금 확대 '노사 공방' 재점화

정부, 도급·플랫폼 노동자 규모 공식 통계로 재정비
내년 최저임금엔 반영 어렵지만…勞 "적용 확대 근거"·使 "지불여력 한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 규탄! 배달료 삭감! 분노한 라이더 긴급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3년 만에 플랫폼 노동 실태조사를 재개한다. 배달라이더·택배기사·프리랜서 등 디지털 플랫폼 기반 노동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국가통계 수준의 공식 데이터를 새로 구축해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와 근무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적용 확대와 노동자 보호 체계 정비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노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표본조사를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5~69세 인구를 대상으로 약 1만 명 규모의 표본을 추출해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와 직종, 근무환경, 보수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년 만에 재개된 플랫폼 조사…국가통계 기준으로 전면 개편 추진

그동안 정부는 한국고용정보원을 통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를 실시해왔으나, 표본 대표성 문제로 국가승인 통계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지난해 조사가 중단된 바 있다. 기존 방식이 무작위 전화조사(RDD)에 의존해 실제 플랫폼 종사자 표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조사 방식 전면 개편에 나섰다. 대면 조사와 온라인 조사 등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표본 설계부터 조사 방식까지 국가통계 기준에 맞춰 정비해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플랫폼 노동 관련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실태조사 재개는 플랫폼 노동자 규모와 근무 실태를 공식 통계로 재정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도급제 또는 유사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할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다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노동계는 이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번 조사 역시 플랫폼 노동자 보호 체계가 미비하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노동부는 용역 공고에서 전통적인 임금근로자나 자영업자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보호 체계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도 밖에 머물러 있는 노동자 규모와 실태를 파악해 정책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최저임금 적용 논의 맞물려…노동계·경영계 '근거 경쟁' 본격화

다만 이번 조사가 곧바로 최저임금 심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적 활용은 중장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향후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논의 과정에서 관련 통계가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경영계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도급·플랫폼 노동자까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노동시간 산정이 어렵고 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지불 여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제도 확대는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실태조사는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에서 근거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는 사각지대 규모와 소득 수준을 근거로 제도 확대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경영계는 비용 부담과 산업별 특성을 중심으로 반박 논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경영계는 전날(26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최근 경제 여건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한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026년 1분기 전산업 생산은 전분기 대비 1.7% 증가했지만 내수 경기에 민감한 숙박 음식점업 생산은 1.3% 감소했다. 이는 2024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로, 올해 심의에서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여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최저임금의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현재의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장 취약한 업종부터라도 구분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등 도급 노동자들의 노동형태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헌법이 정한 최저임금 보호 범위도 그만큼 포괄될 수 있도록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제도의 정책적 책임 또한 더욱 엄혹하고 막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과 지위를 끌어올리는 가장 직접적인 제도는 여전히 최저임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사 시점과 최저임금 심의 일정 간 간극은 한계로 지적된다. 최저임금은 8월 5일까지 고시돼야 하는 만큼, 9월 이후 진행되는 이번 조사가 올해 결정 과정에 직접 반영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제도 개편 논의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번 실태조사는 단기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향후 제도 설계의 근거를 축적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와 별개로, 플랫폼 노동을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규율할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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