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망 때 돈 갚겠다" 차용증…국세청, 꼼수증여 127명 적발

취득규모 3600억·탈루 추정 1700억…현금부자·다주택자 등 4개 유형
"꼼수증여·사업소득 누락 원천 차단…부당 가산세 40% 부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5.14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세청이 대출 없이 현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현금부자'와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취득자 등 부동산 탈세혐의자 12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의 주택 취득 규모는 약 3600억 원에 달하며, 탈루 추정액은 1700억 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대출 규제를 우회하려는 이른바 '부모찬스'와 사업소득 누락 자금을 활용한 편법 거래가 확인됨에 따라 127명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2024년 이후 거래를 대상으로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사인 간 채무 과다자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 △서울 비강남권·경기 일부 가격 상승 지역 주택 취득자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각 유형별로 약 30명 내외가 포함됐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브리핑에서 "신고되지 않은 소득으로 조성한 현금을 활용했거나, 증여 사실을 채무로 위장하는 이른바 꼼수증여에 해당할 수 있는 사례를 집중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공개한 조사 선정 사례를 보면 다양한 탈세 수법이 동원됐다. 대기업 종사자인 30대 부부는 강남 학군지 아파트를 30여억 원에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취득했으나, 고액 자산가인 부친이 아파트 취득 직전 해외주식 30여억 원어치를 매각한 사실이 포착됐다. 국세청은 부친의 매각 대금이 자녀 부부에게 편법 증여됐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신도시 지역에서 20억 원 수준의 아파트를 취득한 30대 초반 사회초년생 사례도 포함됐다. 이 사례에서는 부친으로부터 10여억 원을 차입하며 차용증을 작성했으나, 차용증에 부친의 사망 시점을 상환 기한으로 정하고 이자도 상환 시점에 일괄 지급하도록 기재한 점이 포착됐다. 국세청은 이같은 통상적이지 않은 차용 조건을 근거로 사실상 증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국세청 제공)

마용성 지역에서는 이미 2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한강뷰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30여억 원에 추가 취득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다주택자는 3주택 보유를 통해 최근까지 20여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중견기업 대표인 부모로부터 취득 자금과 부대비용을 편법 지원받은 혐의를 받는다.

비급여 현금 매출 누락 혐의도 있다. 강남권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가 50여억 원짜리 초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사례로, 비급여 진료비를 현금 결제하도록 유도해 병원 수입을 누락하거나 고액 자산가인 부모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국세청은 자금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업소득 누락이나 법인 자금 유출 정황이 확인될 경우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드러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세청은 사업자 대출을 유용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사례에 대해 상반기 자진시정을 받은 뒤 하반기부터 전수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이 주관하는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협의회를 통해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과 공조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 국장은 "다주택 중과 유예 종료로 우려되는 변칙 증여, 우회 거래 등 편법 세금 회피 시도는 예외 없이 적발하고, 부당 가산세(40%) 부과 등 더 큰 세 부담을 지도록 해 탈세 유인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