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먹여살린 반도체도 '고용 질 향상'은 한계…"노동 창출효과 크지 않아"
제조업 취업자 4개월째 감소…풀타임 줄고 단시간 일자리 늘었다
성장률·증시 떠받친 반도체…자동화 구조에 고용 효과는 제한적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전반적인 우리나라 경제 지표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특성상 생산성과 부가가치는 높으나,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된 성장세를 고용과 체감경기로 연결하려면 건설 등 내수 연관 효과가 큰 산업의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34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 5000명(-1.3%), 전월 대비 1만 5000명(-0.3%) 감소했다. 제조업에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 등이 포함된다.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먼저 고용 안정성을 보여주는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지난달 상용근로자는 1673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만 2000명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4월(30만 1000명)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했다.
상용근로자는 1년 이상의 고용 계약을 맺거나 계약 기간 없이 채용돼, 사내 규정에 따라 매월 일정한 급여를 받는 안정적인 고용 형태의 근로자다. 구체적으로 △정규직 △무기계약직 △1개월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포함되며 4대 보험 가입이 필수다.
반면 비임금근로자 증가세는 강해졌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9만 9000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만 1000명 증가했다. 특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4월 3만 8000명이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근로자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자영업과 비정형 고용 비중이 확대된 모습이다.
취업시간대별로도 고용의 질 악화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달 주당 36~52시간 취업자는 1874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 4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4월(23만 4000명 증가)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컸다.
주당 53시간 이상 취업자도 275만 7000명으로 4만 3000명 감소했다.
반면 단시간 일자리는 늘었다. 주당 1~17시간 취업자는 259만 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 9000명 증가했고, 18~35시간 취업자도 417만 1000명으로 4만 1000명 늘었다.
통상 주당 36시간 이상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풀타임 일자리'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단시간 일자리 비중은 확대된 셈이다.
사업장 규모별 분류에서도 양극화가 드러났다. 5~299인 사업장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만 3000명 감소했지만, 1~4인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 취업자는 각각 11만 6000명, 6만 2000명 증가했다.
이 같은 세부 고용 지표를 종합해 보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중간 규모 제조·내수 고용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체 고용자 수가 자영업·비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증가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 전반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 호황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수준임에도 고용 창출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요산업동향(2022년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생산 10억 원당 3.69명으로 건설업(7.23명), 서비스업(7.58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제조업 안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 효과는 생산 10억 원당 1.86명으로 석유정제(0.96명), 담배(1.54명)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제조업 평균(4.85명)은 물론 자동차(5.41명)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반도체 호황이 전반적인 경제 지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는 있지만 고용 개선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수출이나 생산 측면에서는 호황을 보일 수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고용이 많이 필요한 산업은 아니다"라며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성장률이나 수출, 증시가 좋아져도 고용이나 내수가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AI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집중화·양극화는 아마 정책의 가장 우선적인 방향으로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특히 AI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굉장히 노출도가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업종에 집중된 성장세를 체감경기와 고용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건설 등 내수 연관 효과가 큰 산업의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와 같은 소수 업종만 수출을 늘려 성장률이 높아지는 구조에서는 체감 경기가 좋아지기 어렵다"며 "여러 산업이 전반적으로 같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수 산업과 연관 효과가 큰 산업은 건설 산업"이라며 "건설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고 비숙련 노동자와 저소득층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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