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韓성장률 전망 1.9→2.5% 대폭 상향…"반도체 호황이 중동 리스크 압도"

경상수지 흑자 2400억 달러 전망…반도체 가격 급등 효과
물가는 2.7%로 상향…"통화정책 유연하게 대응해야"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5.8 ⓒ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 수출 호황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1.9%)보다 0.6%포인트(p) 높인 수치다. 중동전쟁 리스크가 있지만 반도체 호황이 이를 압도한다는 판단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2.1%에서 2.7%로 0.6%p 함께 올렸다.

KDI는 13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1.8%, 올해 2월 수정 전망에서 1.9%를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에 큰 폭 상향이 이뤄졌다. 내년 성장률은 1.7%로 제시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반도체 경기가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성장률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동전쟁이 없었다면 성장률 전망을 2.5%보다 더 높게 제시했을 것"이라며 "전쟁 영향이 성장률을 약 0.5%p 끌어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의 성장 효과는 0.2%p로 추산했다.

최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눈높이를 올리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 등 주요 IB 8곳의 4월 말 기준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4%로, 3월 말(2.1%)보다 한 달 새 0.3%p 뛰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각각 2.0%로 전망한 상태다.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반도체 수출이다. KDI가 올해 총수출 증가율 전망을 4.6%로 제시한 것을 보면, 지난 2월 전망(2.1%)보다 2.5%p 높인 것으로 대부분 반도체 경기 호조에 기인한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거래액 증가율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관련 투자 확대로 3.3% 증가가 예상된다.

반도체 호황의 효과는 경상수지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연간 흑자(1230억 5000만 달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상품수지를 크게 확대시킨 영향이다.

정 부장은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라가면서 경상수지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2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2026.5.13ⓒ 뉴스1 김기남 기자

민간소비는 소득 개선과 정부 소비 지원 정책에 힘입어 2.2% 증가를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올해 0.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성장률을 대폭 상향 조정했지만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 압력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월(2.1%)보다 0.6%p 높인 2.7%로 제시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민간소비 회복이 공급·수요 측 물가 상방 압력으로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원물가도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물가 불안 가능성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제안했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경기 확장 국면에서 물가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 부장은 "근원물가가 물가안정목표(2%)를 소폭 상회하는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신호가 누적된다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최근 한 달(4월 9일~5월 8일) 평균인 달러·원 환율 1475원 수준이 앞으로도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정 부장은 "환율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며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 이후 환율 흐름이 바뀐 시점을 기준으로 한 달 평균치를 전망 전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방 위험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KDI는 중동 전쟁이 격화하거나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2.0~2.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공급 사이클이 전환될 경우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도 잠재 리스크로 꼽았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