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결은 한국에 '벌어준 시간'…진영 논리보다 실리 챙길 때"
[NFF 2026] 미중, 글로벌 경제: 대한민국 산업·통상 활로 찾기
완전한 '탈중국'은 어려워…한중 전문가 실용적 한중 관계 강조
- 이정현 기자,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정현 이철 기자 =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의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도,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급과잉과 기술 굴기, 한중 협력 가능성을 두고 시각차를 보였지만, 한국이 과도한 진영 논리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6(NFF 2026)'의 두 번째 세션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한중 관계 설정에 대해 열띤 논의가 오갔다.
류종위안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제를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복잡한 모순이 얽혀 있는 인상파 그림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 기업이 더 이상 단순 모방 수준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술 혁신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자립성 강화는 시진핑 국가주석 개인의 전략이라기보다 후진타오 시절부터 이어진 기술혁신과 인재 육성 정책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으로 민간기업을 지목했다. 그는 "중국 민간 부문은 세수의 절반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 기술혁신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며 "중국의 문제는 역동성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생산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와 관련해 "정부 주도의 성장 모델과 과도한 투자 구조가 과잉생산을 만들고 있다"며 "중국 정부도 아직 적극적으로 이를 시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중국 역시 내수 부진과 소비 침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소득 증가와 미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가계 지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 연구원은 "결국 중국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현금 지원 같은 직접적 정책이 필요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배분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유럽 등이 중국에 지속적으로 공급과잉 해소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중국의 AI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을 인정하면서도 미국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중국 AI 기술 발전에 대해 "결핍을 극복하는 역량은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미국과 중국 간 근본적 기술 격차를 뒤집을 수준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제재 속에서 우회 전략을 택하는 과정 자체가 중국에는 상당한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권 원장은 다만 중국의 산업 역량 자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많은 인구와 인재 풀을 감안하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위치에 대해서는 오히려 전략적 기회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할 때 현실적으로 한국만큼 제조업 전 가치사슬을 갖춘 국가는 드물다"며 "한국은 중국의 대체 생산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대결 구도가 한국에 시간을 벌어준 측면도 있다"며 "그 시간을 활용해 제조업 중심 구조를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도 완전한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분리가 진행되더라도 소비재나 민간 영역에서는 여전히 협력과 공생의 공간이 존재한다"며 "한국은 기회가 되는 분야는 적극 활용하되 과도한 블록화 논리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김양희 대구대학교 글로벌경영대학 경제금융통상학과 부교수는 중국의 무역흑자와 공급과잉 문제를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는 "중국은 투자를 적게 하는 나라가 아니라 저축이 지나치게 많은 나라"라며 인구 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원인으로 꼽았다. 성비 불균형과 높은 주거비, 노후 불안 등이 가계 저축을 확대고 소비를 억누른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중국 내수시장의 개방이 세계 경제 안정에 중요한 변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보호주의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중국이 가진 거대한 구매력 때문"이라며 "중국이 시장을 충분히 열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중국 소비재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소비재조차 중국 제품 경쟁력이 매우 강해졌다"며 "한국이 단순히 미·중 갈등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도 치열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나친 위축감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고른 제조업 기반을 가진 국가는 드물다"며 "반도체와 조선, 첨단 제조업까지 감안하면 한국 역시 충분히 강한 산업 경쟁력을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성장에 대한 공포보다는 앞으로 한국이 어떤 산업 전략을 만들 것인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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