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70% 뿌리 내렸는데…이전 공공기관장 절반, 주소지 안 옮겨
105개 기관 중 53개 기관장 미이전…적십자사·건보·가스公 등
직원 71%는 가족과 동반 이주…"기관장이 솔선수범해야"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완료된 이후에도 기관장들의 절반 이상이 본사 이전 지역으로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원 10명 중 7명은 가족과 함께 지역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집계돼 기관장과 직원 간 지역 정착 양상이 대조를 이뤘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05개 이전 공공기관 중 53개 기관은 기관장이 본사 이전 지역으로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기관장이 공석인 7곳을 제외하면, 기관장이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기관은 46곳이다. 이들 기관장은 부임 후 관사를 이용하면서 수도권 자택을 오가며 근무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기관장이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은 사례는 주요 공공기관 전반에서 확인됐다. 대한적십자사,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소비자원,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별 기관장 미이전 기관 수는 광주·전남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세종(9개), 경남(7개), 강원(6개), 대구(5개), 충북(4개), 경북(3개), 울산(3개), 전북(2개), 부산(1개) 순이었다.
강원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이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은 기관은 대한적십자사, 한국관광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공원공단 등이었다.
세종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이 포함됐다.
경북에서는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기관장 미이전 기관으로 확인됐다. 대구 역시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이 포함됐다.
경남은 규모가 더 컸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주택관리공단 등 다수 기관장이 미이전 상태다.
울산에서는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부산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이 기관장 미이전 기관으로 조사됐다.
충북으로 이전한 기관 중에서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소비자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기관장이 이전하지 않았다.
예정처는 "미이전 사유는 기관장의 임기가 3년인 한시직이어서 현실적으로 거주지 이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장들의 주소지 이전은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직원들의 이주 흐름은 확대됐다.
이전 공공기관 근무자 4만 8934명 가운데 가족동반 이주율은 71%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62%에서 7년 만에 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86%로 가장 높았고, 제주(83.2%), 전북(77.6%), 광주·전남(76.1%), 대구(75.7%), 울산(73.3%), 강원(71.8%), 경남(70.2%) 순이었다.
다만 충북과 경북은 각각 50.5%, 51.3%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직원 이주로 전입한 인원은 총 23만 4684명에 달했다.
이에 현장 리더십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직원은 지역에 정착했지만 의사결정권자인 기관장은 이전하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기관 이전이 직원 퇴사율 상승과도 일정 부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이전 이후 퇴사율은 2.66%에서 3.11%로 상승했다. 퇴사율이 증가한 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부산, 6.4%p↑), 영상물등급위원회(부산, 3.87%p↑), 과학기술정책연구원(세종, 3.64%p↑),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세종, 3.47%p↑), 공무원연금공단(제주, 3.21%p↑),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광주·전남, 3.09%p↑) 등이었다.
예정처는 "기관 지방 이전,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문제 등으로 인해 퇴사자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직원들도 지방으로 내려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관장들이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직원들이 지역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장을 선임할 때 지역 이주 가능 여부를 반영하거나 해당 지역 거주자를 우선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2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이러한 장치가 마련된다면 기관의 지역 정착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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