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총수 지정 가른 건 '부사장 동생'…'회의·주식보상'이 결정타
5년간 법인 동일인 유지했지만…현장점검서 '대표이사급 내부 등급' 확인
동일인 지정으로 해외계열사 공시·허위자료 형사책임 부담…소송전 예고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 만에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자연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 지정한 핵심 근거는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역할이었다.
김 부사장이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재하고,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포함한 실제 보수가 등기임원 평균에 이른다는 사실이 현장점검을 통해 새롭게 확인되면서 경영 참여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2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이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2021년이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한국 쿠팡 법인을 미국 법인인 쿠팡Inc가 100% 지배하는 구조인 데다, 김 의장 개인이나 친족이 소유한 국내 회사가 전혀 없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김 의장을 지정하든 계열사 범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다.
이후에도 비슷한 판단이 이어졌다. 2023년에는 이른바 'OCI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법인이 아닌 자연인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는데, 쿠팡만 법인으로 예외를 두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공정위는 당시 OCI는 친족이 경영에 참여해 사익편취 규제 공백이 생기지만 쿠팡은 국내 친족 회사가 없어 사익편취 우려가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 2024년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때와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때 국내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출자·자금 거래가 단절된 경우에 한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시행령이 처음 적용된 2024년에도 공정위는 김유석 부사장 부부가 국내에서 파견 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이들이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보수가 등기임원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들어 경영 참여 실질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Inc에서 쿠팡 주식회사로 파견 근무하는 인력이 170여 명인데, 김 부사장 부부와 비슷한 직급이 140명에 이른다며 임원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쿠팡 측으로부터 김 부사장 부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도 제출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김유석 부사장이 단순 파견 직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영 의사결정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공정위에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공정위는 올해 초 쿠팡 본사 등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서 내부 자료를 확보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요한 것은 직급·보수의 형식적 측면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등기임원과 보수 수준이 유사한지다"라며 "쿠팡 내부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등급이 있는데, 비교했을 때 김 부사장의 경우 거의 최상위 등급"이라고 밝혔다.
RSU 포함 여부가 판단의 핵심 변수였다. 이전에는 쿠팡 측이 RSU를 포함한 보수 비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연봉이 4억~5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지만, 이번 현장점검에서 RSU를 포함한 실제 보수가 등기임원 평균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쿠팡 내 최상위 등급은 단 1명이고 김유석 부사장이 그 바로 아래 등급이며, 이 등급이 거의 대표이사급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에 따라서는 김 부사장이 해당 계열사 대표이사보다 더 높은 등급인 경우도 확인됐다.
최 국장은 "쿠팡 내에서 최상위 등급은 1명이고, 그 밑의 등급이 김 부사장이며, 그 등급은 거의 대표이사급"이라며 "계열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계열사 대표이사보다 오히려 김 부사장이 더 높은 등급인 것도 확인했고, 그걸 고려해서 경영 참여 여부를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영 참여의 직접 증거로는 물류·배송 분야에서의 의사결정 관여가 제시됐다. 김 부사장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등을 초대해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고, 물량 확대 및 배송 정책 변경 등 개선안을 논의하는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김 부사장의 대외 직함이 글로벌 운영 총괄(Head of Global Operations)로 물류 총괄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부 실질 등급은 이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번 동일인 변경으로 쿠팡이 받게 되는 주요 규제 변화는 해외 계열사 현황 공시 의무다.
기존 법인 동일인 체제에서는 이 의무가 없었으나, 이제 김 의장이 20% 이상 보유한 해외 계열사 현황과 해당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직·간접 보유한 경우 동일인의 주식 소유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쿠팡은 5월 말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동일인이 자연인으로 변경됨에 따라 지정자료 제출 의무도 강화된다. 동일인은 매년 공정위에 계열사·친족·임원·주주 구성 등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만약 고의로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실무자가 아닌 동일인 본인인 김 의장이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책임이 생긴다.
또한 김 의장을 기준으로 배우자, 일정 범위의 친족(혈족 4촌·인척 3촌 이내), 동일인 측이 지배하는 비영리법인 등이 모두 '동일인 관련자'로 묶여 기업집단으로 획정된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 공시 의무를 지게 되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사익편취 금지 규제도 적용받는다.
선례로는 OCI 사례가 있다. 외국 국적 총수로는 처음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경우, 지정 이후 규제권 밖이었던 계열사 간 거래가 공시 대상이 되면서 총수 일가 지분이 높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야 했다. 일부 계열사는 사익편취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분 구조를 변경하거나 사업 부문을 조정하는 등 사실상 사업 재편 과정을 거쳤다.
다만 현재 김 의장 친족이 소유한 국내 회사가 없는 만큼 당장의 규제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과거 제출된 지정자료에 허위가 있었는지도 별도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쿠팡 측이 김 부사장 부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제출한 만큼, 이것이 허위 자료 제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2024·2025년도 자료를 중심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쿠팡은 이번 결정에 반발하며 사전 협의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했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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