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韓경제 1.7% '깜짝 성장'…"2분기 관건은 중동전쟁"(종합)

수출 5.1%·투자 4.8% 급반등…한은 전망 2배 상회, 5년 6개월래 최고
실질 GDI 7.5% 증가 '38년만에 최대'…반도체 기여도 55% '성장 견인'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뉴스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중동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기 대비 1.7% 깜짝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1분기 성장률을 0.9%로 예상했으나 이를 0.8%포인트(p) 상회하는 결과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2분기에 대해서는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과 반도체 수출 호조, 정부 정책 효과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작용할지가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서 1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1.7%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성장했다.

전기 대비 기준으로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성장 흐름이 1분기 -0.2%, 2분기 0.7%, 3분기 1.3%, 4분기 -0.2%로 등락을 거듭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이다.

특히 한은이 2월 발표한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상화한 결과다. 한은은 지난 10일 경제상황 평가에서 "1분기 성장률은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출이 큰 폭 증가하고 소득·자산(주식) 여건 개선과 심리 호조를 기반으로 소비의 회복세도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을 상당폭 상회할 전망"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1분기 성장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민간소비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가 성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반도체 타고 날아오른 수출…설비·건설투자도 '동반 반등'

1분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다.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기 대비 5.1% 늘었다. 지난해 4분기(-1.7%) 역성장에서 강하게 반등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3% 증가했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반도체 두 기업의 실적이 올해 1분기에 작년 연간 실적을 상회하거나 육박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라 생각은 했으나, 이 정도로 좋아질지는 초반에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반도체 제조업 기준으로 봤을 때 성장 기여도가 절반이 조금 넘는 55%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를 걷어내면 1분기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설비투자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며 전기 대비 4.8% 증가했다. 2024년 3분기(5.4%)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국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투자를 중심으로 증가로 돌아섰고, 법인들의 전기차 구매도 플러스 전환에 영향을 줬다"고 부연했다.

오랜 부진을 이어오던 건설투자도 반등했다.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증가하며 전기 대비 2.8% 늘었다. 지난해 4분기(-3.5%)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2024년 1분기(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로 여전히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국장은 건설투자 반등에 대해 "작년 9월부터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따라 공공주택 착공이 늘어난 결과이고, 일부 지역에서 공사비가 타결된 재개발 사업장의 진척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작년 1분기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재화 소비가 늘며 전기 대비 0.5%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늘었다.

이 국장은 "민간소비 증가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우리 경제의 5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마이너스가 됐다면 성장률을 이렇게 높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민간소비가 성장의 토대를 받쳐줬다고 평가했다.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HBM4, HBM4E 메모리가 전시돼 있다. (공동취재) 2026.3.18 ⓒ 뉴스1 김영운 기자
실질 GDI 38년 만에 최대폭 증가…반도체 수출가 급등에 교역조건 개선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이 성장을 이끌었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전기 대비 3.9% 증가했다. 2020년 4분기(4.0%)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4% 늘었다.

건설업도 전기 대비 3.9%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4.5%에서 반등한 것이다. 농림어업(+4.1%), 전기가스수도사업(+4.5%)도 전기 대비 플러스를 나타냈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업과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0.4% 증가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개선도 두드러졌다. 1분기 실질 GDI는 전기 대비 7.5% 증가,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 전기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는 1988년 1분기(8.0%) 이후 38년 만에 최대다.

이 국장은 "실질 GDI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크게 상회한 것은 반도체 수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데 기인한다"며 "기업 영업이익 확대가 설비투자를 자극하고, 임금 상승과 법인세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이 성장률에 1.1%p를 기여했고,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이 0.8%p, 소비가 0.2%p를 각각 보탰다. 재고 감소는 -0.4%p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1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희생된 소녀들' 집회에 참가한 한 이란 여성이 차량 뒤에 장착된 중기관총 앞에 서 있다. 2026.04.18. ⓒ AFP=뉴스1
"2분기 중동전쟁 영향이 관건"…5월 금통위서 수정 전망 제시

2분기 전망에 대해 이 국장은 중동전쟁 영향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 그는 "1분기까지는 중동전쟁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면서 "전쟁이 2월 28일 발발했지만, 3월 하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국내에 선박이 들어왔고, 1분기 90일 중 영향을 받은 것은 열흘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전쟁으로 물가는 상방 압력이 커지고 성장은 하방 압력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현재로선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다만 "중동전쟁 발발 이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고, 4월 신용카드 등 모니터링 결과 민간소비도 아직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과 반도체 수출 호조, 2분기부터 나타날 정부 정책 효과 가운데 어느 쪽이 클 것인지에 따라 2분기와 연간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