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물가 최대 0.8%p 낮춰…유류세 인하도 0.2%p 기여"

KDI "리터당 최대 916원 인하 효과…공급가 상한 규제로 가격 억제"
"소비 둔화는 아직 미미…저소득층 에너지 부담 확대 우려"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4.19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정부가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p) 낮추고, 유류세 인하도 0.2%p 추가로 물가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발 고유가 충격 속에서 가격 규제와 세제 조치가 실제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한 것으로 국책연구기관은 분석했다.

정부 가격 규제·세제 조치, 물가 상승 압력 실질적 완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발표한 '중동 전쟁 대응 T/F 긴급 현안자료'에 따르면 1차 최고가격제는 지난달(3월) 소비자물가를 0.4~0.8%p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해당 주간 국제유가에 즉각 반영된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0.8%p, 반영 시차가 존재할 경우 약 0.4%p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최고가격제에 따른 리터(L)당 가격 인하 효과는 휘발유 약 460원, 경유 916원, 등유 552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

KDI는 이러한 가격 인하 효과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해 전체 물가 기여도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유가 변동과 소비자물가 내 에너지 품목 지수의 연동성을 바탕으로, 각 품목 가중치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3.0%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유류세 인하의 소비자물가 영향은 -0.2%p로 추정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유류세 인하분의 대부분이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도 인하분(149.5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운수업 등 유가 충격 취약…"사각지대 보완 지원책 시급"

가계 부담 측면에서는 저소득가구에서 유가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체감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득이 낮을수록 주거광열비와 운송용 연료비 비중이 높아 유가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 기준으로 보면 비수급 가구의 에너지 부담이 수급 가구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비수급 가구의 경제활동 참여 비중이 높아 운송용 연료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KDI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에 따른 차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농업 종사 가구와 운수·창고업 단순노무 가구에서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게 나타나 유가 충격에 더 크게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고유가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가구특성별 에너지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여름철 저소득층의 주거광열비 부담 증가를 감안해, 그냥드림센터를 통한 폭염 대비 생필품 지원, 폭염 특보 연동 긴급에너지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체 소비 규모는 유지됐으나 경제 활동 '이동 지수'는 하락세

소비와 관련해서는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이 유가 급등을 유발했고, 거시경제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 전쟁 이후 현재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소비 둔화는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용카드 이용금액과 모바일 이동 데이터 등 속보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소비 규모는 과거와 비교해 큰 변화 없이 보합세를 유지했다.

다만 KDI는 고유가 영향으로 국내 전체 이동자 수가 소폭 줄어드는 흐름도 감지된다고 봤다.

자료에 따르면 소비뿐 아니라 생산 등 전반적인 경제활동과 맞닿아 있는 전체 모바일 이동자 수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점차 감소하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DI는 "감소세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전반적인 경제활동과 관련된 총이동자 수의 감소세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