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가동률 60%대로 하락…나프타 대란에 정부 '전방위 총력전'
한 달 새 가격 72% 급등·불가항력 선언 속출…5월 '연쇄 셧다운' 공포
1.1조 추경 투입해 보조금 지원·매점매석 금지…대체 물량 확보 사투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나프타(납사) 가격 급등과 수급 차질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감산 및 공장 가동 중단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대체 물량 확보와 매점매석 금지 등 안정 조치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와 추가 셧다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60% 수준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비상 운영' 단계에 진입했다.
나프타 가격은 이란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 말 톤당 633달러에서 3월 말 1089달러로 한 달 사이 72% 급등했다.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한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여천NCC는 올레핀 공정을 멈췄다. 롯데케미칼도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기며 사실상 감산 체제로 전환했다.
여천NCC마저 가동률을 60%대까지 낮추며 고객사에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 가능성을 통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에는 한화토탈에너지스가 파라자일렌(PX)에 대해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위기는 개별 기업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불가항력 선언은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선택하는 조치로, 공급 차질이 현실화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업계는 평균 1~2개월 수준의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중동발 공급 차질이 더 장기화할 경우 추가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5월부터 가동률 60%선 붕괴와 함께 수익성 악화로 공장 셧다운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나프타 수요 중 45%가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 수입분의 절반이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국내 나프타 수급의 25%가 중동 상황에 직접 노출된 셈이다.
정부는 사태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 대응에 착수했다. 우선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 7개 품목을 대상으로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시행하며 시장 교란 행위 차단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중동 사태로 인한 산업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 1조 98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확보했다. 이 중 6783억 원은 '나프타 수급안정지원사업'에 투입돼, 나프타 수입단가 상승분의 50%를 보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나프타 가격 부담을 낮추고,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하락했던 NCC 가동률이 3월 기준 55%까지 떨어졌다"며 "지원 정책을 통해 이를 70% 수준까지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지원 신청이 접수될 경우 소급 적용할 예정이며, 예산도 충분히 확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체 물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대통령 중동 특사단은 카자흐스탄·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타르 등과 협력해 연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210만 톤을 확보했다. 이는 각각 약 3개월, 1개월 사용이 가능한 규모다.
다만 업계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확보된 물량이 실제로 국내에 도입되기까지는 물류 경로와 가격 변수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정책 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최소 '수 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구조개편 이슈가 겹치면서 일부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간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아온 가운데, 정부가 요구한 1분기 내 사업 구조개편 계획을 제출하지 못한 기업들은 지원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여수산단 2개 사와 울산산단 3개 사는 감산 규모와 자산 가치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조개편 방향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은 중동 변수까지 겹치며 정부 지원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전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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