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편입 2주 만에 외국인 8조 순매수…일본계 '큰손'도 2.8조 유입
4~11월 70조~90조원 패시브 자금 유입 전망…"속도·규모 모두 기대 부합"
3월 말 연중 최고치 찍은 국채 금리, 편입 이후 안정세…10년물 24bp 하락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본격화된 4월 이후 외국인 자금이 한국 국고채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며 초기 안착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간 참여가 제한적이었던 '큰손' 일본계 자금까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지수 편입을 넘어 투자 저변 확대와 수요 구조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19일 관계부처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WGBI 편입 개시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 국고채 순매수는 약 8조 원 내외로 분석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3일, 4월 들어 약 2주간 체결 기준 7조 7000억 원, 결제 기준 5조 4000억 원 규모의 순매수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7일 체결 기준 순매수 규모를 8조 1000억 원으로 분석했다.
채권 시장은 통상 매매 후 2영업일 뒤 결제하는 'T+2' 방식을 따르는 데다 해외 투자자들은 매매 후 최대 30일까지 결제를 미룰 수 있어, 체결 기준과 결제 기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감안하면 월평균 기대 유입액인 60억~65억 달러의 70% 이상이 편입 개시 초반 열흘 만에 집중된 셈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첫 스타트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듀레이션(채권 투자 원금 회수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도 3월 말 6.49년에서 4월 13일 기준 6.79년으로 0.3년 늘었다. WGBI 패시브 자금이 지수 내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장기물 위주로 유입된 결과로, 실제 자금 집행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번 편입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 국고채 투자가 거의 없었던 일본계 자금의 등장이다. 결제 기준 2조 8000억 원의 일본계 자금 순매수가 확인됐다.
일본계 자금은 WGBI 추종 자금의 약 30%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의 일본 기관투자자는 그동안 한국 국채 투자 비중이 매우 낮았다. 국내 국채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WGBI를 추종하는 일본공적연금(GPIF) 등 일본계 기관들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입이 미미했던 일본계 자금이 유입되는 등 신규 수요처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재경부는 일본계 등 신규투자자뿐만 아니라 주요 중앙은행, 국제기구 등 기존 투자자도 활발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금 유입이 단순히 지수 복제를 위한 일본계 패시브 자금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 등 이른바 '리얼머니'의 동반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WGBI 추종 자금 규모와 한국 편입 비중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520억~620억 달러(약 70조~90조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리와 환율이 빠르게 변동할 경우 기관마다 자금 집행 시점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채권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금리 인상 우려가 재점화되며 3월 2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중 최고치인 3.582%까지 치솟았다.
이후 종전 협상 기대감과 WGBI 자금 유입이 맞물리며 4월 16일에는 3.340%까지 내려왔다. 10년물도 같은 기간 3.915%에서 3.675%로 약 24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달러·원 환율 역시 3월 말 1530원 수준에서 1470~1480원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같은 기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소폭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채권시장이 WGBI 효과로 차별화된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채권 시장의 변동성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이란 종전 협상 향배가 불확실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다시 출렁일 경우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재점화될 수 있다.
아울러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기관들이 자금 집행 시점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 WGBI 자금의 70% 이상이 환노출 전략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환율 변동성이 핵심 변수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패시브 펀드가 자금 집행 시점을 하반기로 미루거나 유입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충격으로 4월 이후 채권 금리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수 있으며, 금통위가 매파적 스탠스로 선회할 경우 외국인 자산 평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WGBI 편입은 자금 유입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정책 당국이 환율 변동성을 억제하는 동시에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외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국채가 고변동성 신흥국 자산이 아닌 안정적인 선진국 자산이라는 확신을 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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