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고유가에 '한전 적자' 딜레마…SMP 상한제 재부상
SMP 상한제 검토 가능성 촉각…고유가 속 전력시장 개입론 확산
LNG·유가 동반 상승에 도매가 압박 확대…요금 인상 vs 적자 부담 딜레마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중동발 고유가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재도입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력 생산 비용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냉방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릴 경우 전기요금 인상 압력과 한전 재무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부담과 한전 적자 확대 우려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을 직접 억제하는 정책 카드가 재부상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는 SMP 상한제 재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중동발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SMP 상한제 재도입 가능성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선을 긋고 있음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력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SMP 상한제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발전 원가 상승 압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NG 가격은 전쟁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장기 도입 가격과 연동되는 국제유가(브렌트유)는 14일 기준으로 전쟁 이전 대비 35%가량 상승했고, 동북아 현물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t) 역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전력 도매가격(SMP)도 상승 흐름을 보이며 최근 120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름철 냉방 수요가 본격화되는 6월 이후에는 SMP가 20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가장 높은 발전기의 비용이 가격을 결정하는 한계가격 구조를 따른다. 이 때문에 고가 LNG 발전이 마지막으로 투입될 경우 전체 전력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이를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가 부담과 정치적 요인으로 요금 인상이 제한된다면 한전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SMP 상한제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응 수단으로 거론된다. SMP 상한제는 전력 도매가격에 일정 상한을 설정해 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제도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한시적으로 도입된 바 있다.
당시 국제 연료 가격 급등으로 SMP가 kWh당 250원 수준까지 치솟자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연말까지 상한제를 적용해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당시에도 전력 가격 급등을 완충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발전사 수익 제한과 시장 왜곡 논란이 뒤따랐다.
이번에도 유사한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SMP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하고 한전의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민간 발전사들은 상승한 연료비를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LNG 직도입 발전사의 경우 수익이 직접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생에너지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도 변수다. SMP는 태양광·풍력 등 발전사업자의 수익과도 연동되기 때문에, 가격 상한이 설정될 경우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재 상황을 과거 에너지 위기 국면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후부는 "국내 LNG 도입 물량의 약 80%는 장기계약으로 이뤄져 있어 JKM과 같은 현물가격 변동이 전력 원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기후부는 "SMP는 유가와 LNG 가격 외에도 전력 수요, 발전원별 공급 비중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며 "연료비 상승이 곧바로 SMP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한전 전력 구매의 상당 부분이 원전·석탄 등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발전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SMP 상승이 전체 전력 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2022년 연평균 SMP가 196.7원이었던 데 비해, 2026년 4월 들어서는 120원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어 현재까지는 중동 전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비 중 원전의 적기 재가동, 석탄발전 운영 효율화, 노후 석탄발전기 운영 연장 등으로 LNG 발전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장기계약 중심의 LNG 수급 관리와 적정 수준의 현물 구매를 통해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SMP 상한제 가능성에는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선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릴 경우 SMP 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통제 등 정책 개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력시장 가격이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지만, 연료비 상승이 누적되고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는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며 "결국 전기요금 인상과 시장 개입 사이에서 정책 판단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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