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봉쇄 우려에…100달러 넘은 유가, 최대 170달러 전망도
JP모건·골드만삭스 "봉쇄 장기화 시 현대사 최악의 석유 공급 충격 우려"
미군, 이란항구 해상 봉쇄…이란 원유 수출 중단시 하루 200만배럴 증발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중동 전쟁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제한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최대 17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로 물가를 억제해온 정부의 재정 부담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과 미국의 해상 봉쇄 방침이 맞물리며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13일 오후 101.70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3.45달러로 전장보다 각각 6.74%, 7.10% 올랐다. WTI는 장중 한때 105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앞서 2주간 휴전 이후 브렌트유와 WTI 모두 90달러대까지 하락했으나,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100달러선을 회복했다.
휴전 이후 올해 국제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전쟁 장기화 흐름에 따라 향후 유가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휴전을 전제로 2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99달러에서 90달러, WTI를 91달러에서 87달러로 하향 조정했었다. 3분기에는 브렌트유 82달러, 4분기 8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11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5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150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협상을 통해 공급 압박이 완화되더라도 2분기까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해협의 부분적 재개와 재고 정상화에 따라 가격이 점진적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JP모건은 "지역 분쟁이 현대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공급 충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군이 전날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공급 차질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란 원유 수출이 중단될 경우 글로벌 공급량이 하루 최대 200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협 봉쇄가 수개월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17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쟁이 저강도로 이어질 경우 올해 2분기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해협 봉쇄 장기화 시 유가는 17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는 반면, 휴전이나 이란의 붕괴로 해협이 조기에 개방될 경우에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으면서 재정을 통해 물가 상승을 억제해온 정부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992.69원, 경유는 1986.25원으로 전일보다 각각 1.15원, 1.05원 올랐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지만 정부가 3차 최고가격(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을 동결한 데다 유류세 인하를 통해 물가 안정을 추진하면서 리터당 2000원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정부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못할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이 확대되는 구조다. 정유사의 손실을 정부가 사후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석유 최고가격제 관련 예산 4조 2000억 원을 편성했다. 또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 15%, 경유 25%로 확대하면서 교통세·개별소비세·교육세 등은 4조 7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제유가는 당분간 100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쟁 이전 유가로 돌아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의 재원이 된 초과 세수는 그간 쌓인 국가채무를 고려할 때 큰 여력이 아니었다"며 "정부는 최고가격제 등을 지속하기엔 재정 여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수록 정부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가격·수급·보조금·국제협력 등 다양한 정책을 신속히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도 주요국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필요한 대응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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